| 자유한국당 소속 차기 대선 출마 인사 또는 예정자들. 왼쪽 위부터 이인제 전 최고위원, 원유철 전 원내대표, 안상수 전 인천시장,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김관용 경북지사, 김진태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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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자유한국당의 차기 경쟁이 뜨겁다. 무더기 출마사태가 이어지면서 10명 이상의 후보가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재 판결 불복 선언이라는 메가톤급 악재에도 아랑곳없다는 태도다. 14일 출마를 선언한 김관용 경북지사와 김진태 의원까지 무려 8명이 대권도전에 나섰다. 더구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물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까지 레이스에 뛰어들면 대선후보만도 10명을 넘어선다. 여야 안팎에서는 정치를 지나치게 희화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당 소속 정치인 8명 대선출마…도토리 키재기 경쟁에 관심 無5월 조기대선 지형은 압도적인 야권 우위 구도다. 범보수 진영의 유력주자들은 황교안 권한대행, 홍준표 경남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 4명 정도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보수진영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으로 상징되는 야권의 초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변을 기대하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가장 먼저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97년 대선, 2002년 대선, 2007년 대선에 이어 무려 4번째 도전에 나선 베테랑 정치인이다. 20대 총선 참패 이후 새누리당의 임시 선장으로 활동했던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핵무장론을 필승의 카드로 꺼내들었다. 재선 인천시장을 지낸 안상수 의원은 일자리 300만개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언론인 출신의 김진 전 논설위원은 “내가 보수진영의 최종 대안”이라면서 인물론을 내세웠다. 신용한 전 청년위원장도 ‘보수의 세대교체’라는 기치로 도전장을 던졌다. 조경태 위원장도 국회의원 정수 축소을 주장하며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대통령 임기단축을 제시하며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탄핵반대를 외쳐온 태극기전사 김진태 의원은 ‘박근혜 지킴이’를 자처하며 도전에 나섰다.
문제는 도토리키재기식 경쟁이라는 것. 리얼미터, 한국갤럽 등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지지율 조사에서 한국당 소속 8명의 차기주자들은 완전히 배제돼 있다. 한마디로 지지율이 0%라는 것이다. 각 언론사에서 대선주자 취재를 전담하는 마크맨도 아예 없다.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도가 낮은 것은 물론 당선 가능성마저 전무하기 때문. 보수 마이너 주자들의 비애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황교안 특례’에 군소주자 집단 반발…인지도 제고 및 당권장악용 관측 난무
한국당 소속 차기주자들의 약세 현상은 황교안 권한대행 때문. 야권에 ‘문재인 대세론’이 있다고 한다면 보수진영에는 ‘황교안 대세론’이 힘을 받고 있다. 대선출마가 불투명하지만 황교안 권한대행은 보수주자 중 유일하게 지지율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국당 대선후보 적합도는 물론 한국당 지지층과 경선참여 의향층 조사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독주체제다. 당 지도부가 오매불망 황교안 권한대행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대선 경선 룰을 둘러싼 잡음도 터져 나왔다. 예비경선 이후 후보등록이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황교안 특혜룰에 군소후보들이 강력 반발한 것. 이인제·김문수·김진 등 군소주자들은 “특정인을 위한 새치기 경선”이라며 경선 보이콧까지 선언했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지지율이 거의 제로에 불과한 군소후보들의 무더기 출마에 대해 씁쓸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탄핵정국에서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에 벗어났지만 무더기 출마라는 인해전술의 속이 뻔히 보인다는 것. 명분은 대선출마이지만 이는 위장막에 불과하다는 것. 경선 통과는 물론 대선 본선 진출 가능성이 제로인 점을 고려할 때 내년 지방선거나 차기 총선을 고려한 얼굴 알리기 또는 대선 이후 당권장악을 위한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