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노는 조만간 대표교섭 권한이 사라지는 만큼 추가 협상은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전삼노는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총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에게 임금 손실만 입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파업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삼성 반도체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멸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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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자택까지 찾아간 전삼노
전삼노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이 총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파리올림픽 참관 등을 위해 유럽에 머물고 있음에도 전삼노는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사측은 집중 교섭 동안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시 노조 의견 수렴 △올해에 한해 연차휴가 의무 사용 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이다. 파업 참여 노조원들의 임금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사측의 제안이었다. 그러나 현금 200만원과 같은 200만 포인트 지급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노동 무임금은 전삼노가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하며 전면에 내세웠던 원칙이기도 하다. 전삼노가 가장 중요한 파업의 원칙을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집중 교섭 때는 충분히 합의에 이를 것으로 봤지만, 예상치 못한 노조 요구에 발목이 잡힌 것 같다”고 했다.
전삼노는 오는 5일 대표교섭권을 잃는다. 전삼노는 지난해 8월 대표교섭권을 확보했고, 1년 후인 4일까지만 그 지위를 보장 받는다. 이후 삼성전자 내 다른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전삼노는 쟁의권을 잃게 돼 더이상 합법적인 파업이 불가능하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전삼노 외에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 사무직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 삼성 5개 계열사 노조를 아우르는 초기업노조의 삼성전자지부(옛 DX지부) 등 5개 노조가 있다. 전삼노가 5일 국회 기자회견을 예정하는 등 외부 세력과 연대를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전삼노가 별다른 성과 없이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에게 막대한 임금 손실 피해만 입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달 8일부터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은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라 대리급은 최소 400만원대, 과장급은 500만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 한 인사는 “전삼노가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은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자칫 노조 리스크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지금은 지난해 적자를 딛고 이제 막 인공지능(AI) 슈퍼 사이클을 탄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실적 훈풍 역시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삼노는 삼성전자가 전날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다’고 한데 대해서는 “수천명이 파업했는데 생산 차질이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반도체 공정은 당장 타격이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일은 모른다”고 말했다.
사측은 노조와 계속 대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이날 사내게시판을 통해 “당초 공지된 내용은 경영계획 목표 영업이익 11조5000억원을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0~3%”라며 “하지만 현재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고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어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OPI 지급률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