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사진)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새 정부에서 기업 역할이 종전 ‘조언자’에서 ‘동반자’로 격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23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 1주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과거엔 정부가 정책을 정하고 그 중간에 (민간)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이었지만, 이젠 정책을 만들어나갈 때 공동으로 같이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간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국가 핵심 어젠다로 반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등 ‘민간 주도 경제 패러다임로의 전환’을 표방해왔는데, 이에 대한 화답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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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새 정부 규제개혁과 관련해서 “민관이 협력한다면 유효성과 여러 데이터를 분석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이 미래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그 일은 하지 마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잘하면 무엇인가 줄게’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규제 패러다임을 사후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을 예로 들었다. 최 회장은 “탄소를 자발적으로 많이 줄이는 쪽에 뭔가를 준다고 생각하면 탄소를 줄일 확률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경제 6단체장과의 도시락 간담회에서 윤 당선인은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데 방해 요소가 있다면 그런 것들을 제거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닌가”라며 대대적인 규제개혁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최 회장은 여야를 향해서도 “규제의 상당 부분은 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세팅해줘야지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통상조직을 어느 부처에서 맞는 게 나은지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기업을 얼마만큼 이해하는 쪽이 통상을 맡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본다”고 한 것이다.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하는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밥그릇 싸움에서 산업부 쪽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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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정권 교체기 부활을 꿈꾸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이를 꺼리는 일부 경제단체 간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대한민국 재계의 맏형 노릇을 해오던 전경련은 2016년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위상이 급추락했고, 이후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탈퇴 등 암흑기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패싱 논란에 휩싸였던 전경련의 자리는 대한상의가 꿰찼다. 그러나 전경련이 윤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 간 도시락 회동 추진 과정에서 당선인 측과의 소통 주체를 맡는 모양새를 연출하자, 일부에서 ‘전경련이 자격이 되나’라고 반발하는 등 경제단체 간 물밑 파열음이 일었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우리(전경련과 대한상의)는 다 같은 식구라” “라이벌 개념은 없다“ ”경제단체끼리도 힘을 합하고 ‘으쌰으쌰’를 잘해야 할 때” “반목이나 갈등은 없다” 등의 발언으로 일종의 해프닝으로 치부했다.
다만, 최 회장은 SK의 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대해선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여건이 되면 고려할 수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지금으로선 여건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아직은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즉, 전경련이 뼈를 깎는 쇄신을 거듭, 재벌 대변인·정권 하수인 이미지를 벗어야 재가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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