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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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배진솔 기자] 미국 내 삼성전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위기다.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유치하려는 각 지역이 ‘삼성 모시기’에 한창이다. 공장 유치에 성공할 경우 고용 창출·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 살리기에 일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배어 있다. 다만, 이번 투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15 광복절 가석방·사면과 얽혀 있는 만큼 당장 결론이 나긴 어려워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공장 설립 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는 곳은 최소 5곳으로 전해졌다. 텍사스주 오스틴·테일러를 비롯해 애리조나주 인근 굿이어·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카운티 등이다. 애초 오스틴 공장 내 추가 투자 가능성이 대세를 이뤘으나 지난달 19일 테일러에 2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오면서 사실상 안갯속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170억달러(약 19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공식화한 지 두 달이 훌쩍 지났지만, 윤곽 없이 되레 후보지만 느는 모양새다.
이번엔 뉴욕주 제네시카운티가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미국 여권 내 실력자인 척 슈머
(사진)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삼성 임원진들이 지난달 제네시카운티 산업단지를 방문했다”며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고려에 감사하다”고 했다. 슈머 원내대표가 지목한 산업단지는 과학기술첨단제조산업단지(STAMP, Science Technology Advanced Manufacturing Park)로, 약 1250에이커(약 505만 8570㎡) 규모에 파운드리에 필수적인 물·전력·전문인력 등을 공급받기 수월한 곳으로 잘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슈머 원내대표가 언급한 삼성 임원진은 국내 책임 있는 분은 아닌 것 같다며 미국 법인 임원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뉴욕주뿐만 아니라 텍사스·애리조나주 등 다른 지역과도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로선 당장 액션을 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7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투자인 만큼 총수인 이 부회장 없이는 결정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여기에 각 지역이 수조원 대 세금감면 및 시설구축 등 인센티브 패키지를 제안하는 등의 러브콜이 지속할수록 몸값이 높아지는 데다, 반도체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보조금 지원 대상에 자사가 포함될지도 눈여겨봐야 하는 만큼 급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파운드리 시장 최대 경쟁자인 대만 TSMC·미국 인텔이 공격적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투자시계만 멈춰 선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 미국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에 위치한 과학기술첨단제조산업단지(STAMP) 관련 부지의 모습. (사진=Baffalo 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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