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오늘 은퇴…스타트업서 ‘제 2막’ 시작

퇴임식, 임직원 메시지도 없이 회장직 내려놔
내년 3월 주총까지는 공식 직함 유지
자본금 5000만원에서 매출 2조원대 회사로
  • 등록 2020-12-31 오후 11:09:00

    수정 2020-12-31 오후 11:09:00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31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다시 스타트업으로 돌아가 제 2의 출발을 할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사진=셀트리온)
31일 셀트리온 그룹에 따르면 서 회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신임 이사회 의장이 선출될 때까지는 공식 직함을 유지한다. 하지만 주요 업무에서는 손을 떼고 인수인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식 석상에 오를 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돌입한다.

서 회장은 이날 은퇴하면서 퇴임식을 가지거나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 회장이)이날로 은퇴하시는 게 맞다”면서 “메시지는 3월 주총 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퇴 후 스타트업인으로 돌아간다. 앞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원격진료) 분야 스타트업을 창업할 계획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서 회장은 2002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한 셀트리온을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매출 1조1285억원, 영입이익 3780억원의 대형 바이오 기업으로 키워냈다. 올해는 1조8000억원, 내년에는 2조원대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1983년 삼성전기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 대우자동차로 옮기고 난 후에는 기획재무 고문을 맡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1999년 실업자가 되자 2000년 함께 실직한 동료들과 함께 스타트업 ‘넥솔’로 사업을 시작했다.

서 회장은 2003년 사채까지 쓰면서 인천 송도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기술을 이전받은 벡스젠의 에이즈 백신 임상 3상이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부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2005년 3월 서 회장이 추진했던 공장이 완공됐다. 셀트리온은 같은 해 6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와 류마티스 관절염치료제 오렌시아의 위탁생산(CMO)을 체결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2009년에는 BMS의 CMO를 중단하고 바이오시밀러에 도전했다. 중견 제약사인 한서제약을 사들여 셀트리온 제약을 출범시켰다. 유럽에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허가승인을 받아낸 데 이어 허쥬마, 트룩시마 등의 바이오시밀러도 잇달아 성공시켰다.

서 회장의 마지막 목표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이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임상 2상을 완료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식약처는 40일 이내 허가·심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이미 10만명분의 치료제 생산을 마친 상태다. 내년 250만~300만명분의 치료제를 생산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이날 기준 시가총액이 48조4642억원이다. 2008년 9월 오알켐을 인수합병해 우회상장한지 12년 만에 50배 가까이 성장했다. 셀트리온 제약, 셀트리온 헬스케어까지 하면 시총 합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국내 상장사들 가운데 3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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