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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위스키 시장 정체로 주력 제품의 매출이 하락하자 성장하고 있는 싱글몰트 시장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고 보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란 단 한 곳의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맥아만으로 생산하는 위스키를 의미한다. 해당 증류소만의 고급스럽고 독특한 맛을 지닌다는 게 특징이며 블랜디드 위스키의 원액 역할을 하기도 한다.
◇ 발렌타인 싱글몰트, 블랜디드 위스키 원액…독특한 맛 풍겨
11일 페르노리카에 따르면 발렌타인은 글렌버기 15년, 밀튼더프 15년, 글렌토커스 15년 등 발렌타인 싱글몰트 3종을 출시했다. 글렌버기, 밀튼더프, 글렌토커스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 위치한 유서 깊은 증류소를 의미한다. 이번 제품은 발렌타인의 5대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Sandy Hyslop)’과 마스터 디스틸러 ‘톰 멀홀랜드(Tom Mulholland)’ 두 장인이 완성했다. 가격은 700ml 기준 9만9800원이다.
싱글몰트 3종은 블랜디드 위스키의 원액이 된다. 블랜디드 위스키의 풍부한 맛의 기본이 되는 만큼 각각의 풍미도 독특하다.
발렌타인 블렌딩의 첫 맛을 책임지는 밀튼더프 15년은 첫 인상이 강렬하다. 꽃 향기와 계피의 매콤한 풍미가 입 안을 감싸는 것이 특징이다.
블렌딩의 중심이 되는 글렌버기 15년은 발렌타인 달콤한 향이 일품이다. 특히 사과와 벌꿀의 조화가 전체적인 맛을 잡아준다.
글렌토커스 15년은 블랜디드 위스키의 마지막 여운을 담당하는 만큼 부드럽고도 섬세한 긴 여운을 남긴다. 열대 과일의 시트러스향이 나며 마시고 나면 입안에 꽃과 풀잎 같은 맛이 남는다.
발렌타인 관계자는 “한국시장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양성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에서 싱글몰트를 출시하게 됐다”며 “과거처럼 취하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술을 음미하는 분위기로 바뀐 만큼 소비자들의 안목을 좀 더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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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의 새로운 시도는 최근 시장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발렌타인을 취급하는 페르노리카가 보유한 여러 브랜드들은 최근 정체기를 맞고 있다. 2010년까지 위스키 시장 1위를 지켜온 페르노리카는 디아지오뿐 아니라 골든블루에도 밀리며 3위로 주저앉았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저도주 위스키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반전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고 있다.
앱솔루트는 보드카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보드카 시장 자체가 하락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싱글몰트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최근 여러 브랜드가 가세하면서 꾸준히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국내에 유통된 싱글몰트 위스키 출고량은 7만3904상자(1상자=700㎖×12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만9139상자보다 약 6.9% 늘어난 물량이다. 지난해 전체 출고량인 7만5391상자와 비교해도 이미 98%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주류 성수기인 연말까지는 출고물량이 8만2000상자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출고된 물량 보다 8.8% 이상 많은 물량이다.
다만 발렌타인이 싱글몰트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서 단숨에 시장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윌리엄그랜츠앤선즈코리아의 글렌피딕과 에드링턴코리아의 맥켈란 등의 우위가 공고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발렌타인이 워낙 올드한 이미지였는데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싱글몰트를 추가해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는 듯 보인다”며 “가격대도 괜찮게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브랜드들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싱글몰트는 만드는 양이 적어 성장 자체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발렌타인측은 이번 싱글몰트 위스키가 기존에 발렌타인을 즐기던 고객들과, 싱글몰트를 즐기는 고객들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발렌타인 관계자는 “이번에 선보인 싱글몰트는 블랜디드 위스키의 중요한 원액인 만큼 기존 발렌타인을 즐기던 분들의 입맛에 잘 맞을 것”이라며 “싱글몰트 자체만으로도 특징이 뛰어나 싱글몰트를 주로 찾는 고객들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