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비대위 ‘무용론’고개드나…계파지적에 “소관사항 아냐”

김희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첫발을 떼자마자 삐걱대고 있다. 4·13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지적된 계파·파벌주의를 혁파하기 위한 혁신안 도출이 중점과제지만 벌써부터 쉬쉬하는 분위기다. 한 외부위원은 8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계파 문제는) 제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비대위의 또 다른 한 위원은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전격 양보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친박 눈치 보기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온 데 대해 “지금 당에 친박·비박은 없다”며 일축했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직 후보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만 해도 “의장직은 여당이 가져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또 다른 외부위원들도 ‘계파 혁파가 최대 과제인데 친박 눈치보기라는 여론에 대한 비대위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 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되고 있어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위원은 “그동안 서 의원 때문에 원 구성 협상이 안됐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 아니냐”며 “당내에선 최다선 의원이고 여당이 총선에서 패하긴 했지만 한 석 차이 밖에 안 나고 무소속 당선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서 의원이 의장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비대위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대위의 독립성을 지적하며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윗선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말도 나왔다.

또 다른 위원은 “비대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혁신하겠다고 각오한 만큼 비대위원장의 결단이 중요한데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이어 “계속 이렇게 가면 계파의 수렁에 다시 빠질 것”이라며 “이번 워크숍에서 계파 해체를 선언해도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비대위는 유승민 무소속 의원 등 탈당파 복당 문제와 관련해 원 구성 전까지 논의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선 “결국 친박계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