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같은 방탄국회‥여야의 복잡한 정치셈법

與 당혹 野 질타‥세월호 정국 변수 급부상 관측
  • 등록 2014-09-03 오후 6:07:34

    수정 2014-09-03 오후 9:24:22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투표를 앞두고 동료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정남 정다슬 강신우 기자]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당초 예상을 깨고 부결됐다. ‘방탄국회’의 현실화에 국회는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그 이면에는 여야간 치열한 정치적 수싸움이 자리하고 있다. 야당은 표면적으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지만, 여당의 정치적 내상을 위한 조직적 반대표가 적지 않아 보인다. 당장 ‘원칙’을 강조해온 여당은 당장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여야의 기싸움이 정점에 오른 상황에서 이날 체포동의안 부결이 향후 정국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與 “당혹스럽다” 野 “두얼굴의 새누리”

3일 오후 3시40분 국회 본회의장. 정의화 국회의장은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결과를 담담히 읽어나갔다. 재적의원 223명 중 찬성 73명, 반대 118명, 기권 8명, 무효 24명.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부결이 됐다. 철도부품 제작업체로부터 5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 의원은 이날부터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적용받게 됐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새누리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간 새누리당 지도부는 ‘방탄국회는 없다’며 원칙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표에 참여한 새누리당 의원들(136명)을 단순 계산해봐도 최소 절반가량은 ‘동료의식’ ‘특권의식’을 발휘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각각 헌법기관인 의원들에게 어떻게 찍으라, 찍지 말라고 하느냐”고 했고,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연신 “당혹스럽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은 항상 두 얼굴을 가진 당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방탄국회는 없다는 공언이 결국 허언으로 판명났다는 질타였다.

野 반대표 관측도‥세월호정국 후폭풍 불가피

하지만 이날 결과에는 야당의 ‘정치적 반대표’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투표에는 새정치연합 의원 114명과 정의당 의원 5명, 무소속 의원 1명이 참여했다. 찬성을 제외한 반대·기권·무효가 150표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여당이 모두 반대했다고 해도 최소 10여명의 야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일방적으로 우리당에 비난을 퍼붓는 것은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정치적 반대표의 배경에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새누리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렸다. 이미 새정치연합은 자당 소속인 신계륜·신학용·김재윤 의원의 체포동의안 제출을 앞두고 8월 임시국회를 단독 개회해 방탄국회 비판을 뒤집어썼던 적이 있다. 이날 부결은 그 비판을 여당에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같은 관측에 즉각 반발했다. 한정애 대변인은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집단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는 억지를 조직적으로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부결이 긴장이 고조된 세월호 정국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여당은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데 따른 후폭풍을 혹독하게 겪은 적이 있다. 지난 2012년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를 받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당시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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