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은행도…'이자장사' 논란에 역풍

호주, 영국, 미국 은행도 예대차 마진 압박
스페인은 '횡재세' 부과해 마진 국고로 환수
  • 등록 2023-02-28 오후 5:47:07

    수정 2023-02-28 오후 5:47:07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고금리 상황서 예대 금리차에 따른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각국 정부와 대출금리는 줄이고 예금금리를 상향시켜야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고 반박하면서도 규제당국의 압박에 예금금리를 올리며 구색을 맞추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 통신 독과점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 4대 은행 중 2곳은 온라인 저축 계좌에 대해 연 0.85%의 예금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호주 기준금리인 3.35%는 물론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인 5%에도 크게 못 미치자 역풍을 맞고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즉시 인출이 가능한 계좌의 예금금리가 0.55% 수준으로 영국 기준금리 4%보다 훨씬 낮다. 미국 예적금 평균 금리도 기준금리인 4.5~4.75%에 턱없이 못 미치는 0.35%에 그친다. .

각국의 규제 당국은 이런 은행의 행태에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최근 “용납할 수 없다”며 은행을 비판했고, 짐 차머스 재무장관은 소비자 단체에 은행권의 예대금리차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에이드리언 오어 뉴질랜드 중앙은행 총재도 “은행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매우 빨리 올리고,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리며 이익을 떠받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스페인은 ‘횡재세’를 부과해 예대마진을 국고로 환수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스페인은 이미 은행 이자·수수료 수입에 4.8%의 횡재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규제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은 예금금리 인상,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호주 은행 4곳 중 3곳은 재무장관의 예대금리차 조사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만에 예금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인기 상품인 마르쿠스 계좌의 예금금리를 1년 전 0.5%에서 현재 3.75%로 인상했고, 바클레이스와 얼라이뱅크도 각각 3.6%, 3.4%로 예금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저축이 늘어나면서 현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좋은 금리를 제공할 동기가 거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금리를 올리는 게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휴 다이브 아틀라스 펀드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팬데믹 기간 저축 증가로 은행에 현금이 넘쳐나면서 매력적인 예금금리를 제공할 유인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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