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놓고 정부·업계 갈등…“방역수칙 어기면 폐쇄” vs “농가만 잡나”

양돈농장 8대 방역시설 의무화…사육제한·폐쇄 등 제재 강화
축단협, 반대 기자회견 “국가가 책임지도록 방역 체계 개편”
농식품부 “야생멧돼지 이동으로 위험 커져…사전 대비 필요”
  • 등록 2022-01-19 오후 4:59:30

    수정 2022-01-19 오후 8:36:30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위험이 계속되자 정부가 전국 양돈농장의 8대 방역시설 의무화 조치 등에 들어간다.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2000건 가까이 발생하는 등 농가로 확산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방역을 강화하는 것이다. 축산업계는 방역시설 강화가 중소 농가에는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방역수칙을 어길 경우 사육 제한이나 폐쇄 제재를 가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관게자들이 19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전면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축단협)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8대 방역시설의 전국 의무화와 방역 조치 위반 시 가축사육 제한·폐쇄 기준을 담은 가축전염병예방법(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ASF 발생 지역 등 위험지역에만 적용한 8대 방역시설(외부울타리, 내부울타리, 방역실, 전실, 입·출하대, 방조·방충망, 폐사체 보관시설, 물품반입시)을 전국에 의무화하기로 했다.

가전법상 이동제한명령 위반이나 외국인 근로자 교육·입국신고 등 중요 방역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사육제한 3개월에서 3회 이상은 최대 폐쇄 조치토록 했다.

양돈농장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한 이유는 엄중한 ASF 상황을 감안해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양돈농장 ASF는 지난해 10월 5일 강원 인제군 이후 추가 확진이 없지만 야생멧돼지는 23개 시군에서 총 1974건이 발생했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보는 이날 방역 대책 관련 브리핑에서 “최근 소백산맥을 타고 서남쪽으로 이동 중으로 향후 충청·경북까지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야생멧돼지 ASF 검출 지역인 단양·제천과 인접한 경기 북부, 충북, 경북 북부에 양돈농장이 밀집해 사전 대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축산업계는 이번 정부 방침이 무리하다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는 이날 세종시에서 가전법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사육제한폐쇄 조치, 8대방역시설 의무 설치 철회를 촉구했다.

축단협측은 축산단체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제대로 된 사전협의 없이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며 과태료 부과 기준이 있음에도 행정처분을 신설해 과잉 규제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농가까지 강화된 방역시설을 모두 갖추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승호 축단협 회장은 “ASF는 야생멧돼지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양돈농가에 과도한 방역시설 설치 요구는 비상식”이라며 “그동안 보상금 삭감, 과태료 강압, 과도한 예방적 살처분, 휴지기 시행 등 규제 강화 일변도였는데 앞으로는 축산농가만 잡는 방역정책 대신 국가 책임 방역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ASF 위험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만큼 방역시설 강화는 필수라는 입장이다. 김 차관보는 “8대 방역시설은 협상이나 협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농가들이 ASF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꼭 해야 되는 조치라는 게 정부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다음 달 3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기간 동안 축산업계와도 소통해나갈 예정이다.

김 차관보는 “8대 방역시설 의무화는 꼭 필요한 사항이고 사육제한·폐쇄조치는 (농가들이) 급작스러운 조치 시 생계 불안 문제 등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사육제한·폐쇄는 법률에 규정됐기 때문에 구체화 해야하지만 농가들이 불편하거나 불안해하는 부분은 좀 더 협의해서 완화할 부분이 있는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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