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나 봤던…민간 우주관광 시대 문 열리나(종합)

스페이스X, 유인캡슐 발사 하루 앞으로
민간 주도의 첫 유인 우주왕복선 발사
현실 된 머스크의 꿈…"우주관광 성큼"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도 기회 노려
트럼프 참관…美 기술력 자존심 세우나
  • 등록 2020-05-27 오후 3:38:04

    수정 2020-05-27 오후 3:38:04

(사진=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트위터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공상영화에서나 봤던 우주관광의 시대가 열릴까. 테슬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캡슐) 발사 준비를 마쳤다. 우주비행사를 지구 궤도의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실어나르는 프로젝트다.

그간 유인 우주비행은 정부 차원에서만 이뤄져 왔다. 그것도 미국, 러시아, 중국 정도다. 스페이스X가 발사에 성공할 경우 우주 탐사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셈이다. ISS 인근을 돌며 지구를 바라보는 민간 차원의 우주 관광이 점차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존심을 구긴 미국인들의 시선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빅 이벤트’에 쏠리고 있다.

스페이스X, 유인 캡슐 발사 하루 앞으로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27일 오후 4시33분(미국 동부시간 기준·한국시간 기준 28일 오전 5시33분) 스페이스X 로켓 ‘팰컨9’과 두 우주비행사를 태운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우주로 발사한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다.

이번 발사는 NASA의 우주비행사 더그 헐리와 봅 벤켄을 ISS에 보내는 게 목표다. 지난해 3월 크루 드래곤의 첫 무인 발사에 이은 후속 성격으로, NASA와 계약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NASA와 협업하지만 사실상 주도권은 스페이스X가 쥐고 있다. 스페이스X는 팰컨9과 크루 드래곤을 직접 제작했다. 케네디 우주센터 내 관제실에서 발사를 콘트롤하는 것도 스페이스X 직원들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극히 일부 국가의 관련 기관이 수행했던 일을 민간기업이 처음 하게 된 것이다.

16년 전 최초의 민간 우주탐사기업 X프라이즈를 설립했던 피터 다이아만디스는 “이번 발사는 민간 부문이 (사업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할 만하고 또 합리적인 비용으로 인간을 지구 표면 밖으로 나가게 하는 순간”이라며 “온전히 기업가적 능력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컨설팅사 아스트랄리틱의 로라 포크지크는 “우주 프로그램은 갖고 있지만 자체 발사 시스템이 없는 나라들은 민간 우주선의 좌석을 구입하기 위해 이미 기다리고 있다”며 “(스페이스X의 성공 이후) 예상대로 그 가격이 빠르게 떨어진다면 우주관광 붐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당장은 ISS를 오가는 NASA의 우주비행사 정도만 고객이겠지만, 이후 다른 나라 우주비행사와 민간 우주 관광객까지 확대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의미다. 그 범위도 ISS 궤도 인근에서 달과 화성 등까지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ISS 궤도 넘어…달·화성 관광 시대 오나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또다른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 등까지 가세하면 민간의 저변은 더 넓어질 수 있다.

스페이스X를 이끄는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케네디 우주센터 전경 사진을 올리며 ‘해질녘(Sunset)’이라고 썼다. 발사 하루 전의 긴장감과 설레임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이번 이벤트는 미국 국가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우주과학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짐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다시 놀라운 일을 해내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우주왕복선을 쏘는 건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종료 이후 9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발사 당일 케네디 우주센터를 직접 찾아 발사 장면을 볼 예정이다.

특히 최근 미국은 코로나19로 세계 최강국으로서 자존심이 구겨진 상태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64만972명으로 단연 세계 1위다. 누적 사망자는 9만7679명이다. 이번 발사는 미국이 세계의 이목을 끌어모으며 자존심을 추스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변수는 날씨다. 브라이든스틴 국장은 “발사 당일 기상 조건이 적합할 확률은 60%”라며 “좋은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와 NASA는 우주선을 쏘아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기상이 악화한다면 오는 30일 2차 시도를 할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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