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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9시께 찾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 외국인아파트’(512가구)는 출입구를 굳게 걸어 잠근 채 단지 전체가 텅 비어 있었다. 단지 밖은 한남대로를 따라 사람과 차들이 분주히 오고 갔지만 내부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지은지 30년이 넘었고 지난해 11월 이후 반년 가까이 아무도 살지 않았는데도 단지 내부는 쓰레기 하나 없이 말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관리하고 있는 이 아파트 부지는 민간 매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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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입지 바탕으로 향후 역대 최고 분양가 예상돼
서울 강북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는 한남 외국인아파트 부지(6만 677.2㎡·30개 필지)는 경기 평택 주한미군기지를 조성해 제공한 대가로 LH가 지난해 말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았다. LH는 오는 30일 일반경쟁입찰방식으로 민간에 매각공고를 낼 계획이다. 매각가는 감정평가액(5506억원)보다 11%가량 높은 6131억 4265만 9619원으로 책정됐다. 땅값만 3.3㎡당 3300만원이 넘는 수준이다. LH는 다음달 4일 부지 내에서 현장설명회를 연 뒤 5월 3~4일 입찰신청을 받고 같은달 10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IMF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말 부지가 매각된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 외국인주택단지’(부지면적 4만 9117㎡)의 경우 2000년 6월 분양에서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이수건설은 이 부지를 1919억원(3.3㎡당 1290만원선)에 사들였고 LG건설(현 GS건설)과 함께 재건축을 진행해 ‘LG한강자이’아파트(656가구)를 지었다. 이 단지의 펜트하우스 격인 전용 243.26㎡형(4가구)는 당시까지 최고가인 30억원에 분양돼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을 넘긴 첫 사례로 기록됐다. 땅값에 비해 지나친 고가 분양이란 논란도 있었지만 현재 이 주택형의 평균 시세는 45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한남 외국인아파트의 펜트하우스는 한남더힐을 뛰어넘어 3.3㎡당 8000만원 이상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주변 도로나 지하철, 이태원 접근성 등을 따져보면 외국인아파트 부지가 한남 더힐보다 입지가 더 좋다”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택지여서 이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는 분양가가 국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용도지역 등 제한조건 탓에 신중한 건설사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여러 업체들이 입지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건축 조건에 비해 감정가가 높아 무리한 입찰 경쟁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매각 공고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해본 뒤 입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H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변 여건과 용도지역 등을 모두 고려해 감정평가가 이뤄졌고 입찰을 검토하고 있는 업체들도 공개된 조건에 맞춰 사업성을 판단할 것”이라며 “입찰신청을 진행한 이후 사업 참여자의 윤곽이 나와야 매각 조건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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