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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비율을 축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의 실물자산 비중이 높고 금융자산 비중이 낮아 예금, 주식 등 금융자산을 팔아 빚을 갚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빚의 주범인 소득 5분위 고소득자의 총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은 10%(2021년 기준)에 불과했다. 76.5%가 실물자산에 가 있다. 2002년부터 집계된 가계신용(가계대출+신용카드 판매신용)은 작년까지 연간 기준으로 한 번도 감소했던 경험이 없다. 해외 사례도 부채 비율을 100% 밑으로 낮추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아일랜드·노르웨이는 부채 비율을 100% 밑으로 내리는데 약 5년 걸린 반면 네덜란드·덴마크는 18년 걸렸다.
2010년 이후로 보면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0년과 작년을 제외하고 항상 명목 성장률을 앞질렀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보면 명목 성장률은 전년동기비 1.8% 성장했는데 가계신용은 0.4% 감소했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명목 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정부와 한은이 가계부채 비율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숫자 놀음이 아니라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을 유도하겠다는 의미인 만큼 정책 목표 달성 의지가 얼마나 강한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13일 특례보금자리론·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대상 축소 등의 방안을 발표했지만 가계대출 수요를 꺾을 정도로 강하지는 않아 가계대출 축소 방침으로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것과 불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