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 레이스가 연일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졌다. 선두를 달리는 김기현 당대표 후보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추격하는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의 검증 공세는 위험 수위를 넘나들었다. 유흥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이 “정책과 비전 경쟁을 해달라”고 거듭 촉구했지만 23일에도 김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 국민의힘 황교안·안철수·김기현·천하람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23일 오후 강원 홍천군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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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후보들의 총구는 주로 김 후보의 ‘울산 KTX 역세권 땅투기 의혹’에 향했다. 해당 의혹은 김 후보가 정계 입문 전인 1998년 울산시 울주군에 11만5000㎡ 규모의 임야를 샀는데, 이후 근처에 KTX 울산역이 생기면서 땅값이 폭등했고 김 후보가 이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게 골자다.
안·천·황 후보는 전날(22일) KBS가 주관하는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TV토론회에 이어 이날 강원 홍천군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도 김 후보에게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압박했다. 유 위원장이 합동연설회 시작 전 “일부 후보가 도를 넘는 언행과 비방을 하는데 절대 우리 당원의 표심을 얻을 수 없다. 후보들은 정책과 비전으로 다퉈달라”고 했으나 후보들은 이런 당부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안 후보는 “대선 때 대장동 사태를 일으킨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표를 줄 수 없어 정권교체가 된 것처럼, 부동산 의혹이 있는 김 후보가 대표가 되면 국민 표 제대로 받겠나”라며 “보수의 핵심은 바로 도덕성이다. 그런 면에서 김 후보는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황 후보는 “우리 자유 대한민국을 살려내고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 후보는 김 후보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연대한 점을 근거로, 윤핵관이 내년 총선에서 공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가세했다.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전략을 구사하던 김 후보도 상대의 의혹 제기가 ‘근거없는 네거티브’라며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 당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워포인트(PPT)로 만든 해명 자료를 띄우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이 5년 전부터 시비를 걸어왔지만 털끝만 한 흠집도 잡지 못했다”며 “허황된 가짜뉴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1800배 시세차익 의혹은 당초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김 후보 임야 근처 KCC 언양공장 사원 아파트 부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아 이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6차선 도로 옆 아파트 부지를 산 중턱에 위치한 김 후보 임야와 무리하게 비교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 후보 토지의 지난해 기준 개별공시지가는 2270원이고, 아파트 부지 공시지가는 25만4600원으로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나아가 황 후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까지 거론했다.
전당대회가 후반전에 돌입하면서 출구 없는 난타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누가 당대표에 당선되더라도 후유증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