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정부의 용산기지 반환 및 용산 공원 조성 사업을 놓고 이렇게 지적했다.
서울 용산에는 최근 SNS에서 ‘사진 맛집’으로 뜨는 장소가 있다. 2020년 7월 개방한 옛 미군 장교숙소 5단지 용산공원이 그곳이다. 2019년까지 미군 장교용 숙소로 이용됐던 이곳은 높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오랫동안 들어갈 수 없었던 공간이었다. 개방 후 이곳은 한국 속 미국이라고 불릴 만큼 이국적인 분위기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최근 찾은 공원은 평일 낮 시간,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고 산책을 하러 모여든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실제 지난 하루 평균 방문객만 평일에는 500여명, 주말에는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새해부터 성 구청장은 이곳을 찾아 나섰다. 국토부 공원조성 추진단에서 이곳에 대한 활용 의견을 수렴 중이기 때문이다. 또 올해 3월에는 지난해 추가로 반환받은 5만3000㎡ 규모 부지에 스포츠 필드와 소프트볼장이 문을 연다. 성 구청장은 용산구 주민의 의견을 듣고자 직접 현장을 찾았다. 공원을 죽 둘러본 성 구청장은 “금단의 땅이 빗장을 최초로 열었던 그 날의 감동이 생생하다”고 떠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성 구청장은 40여 년간 용산구에 거주한 구민으로 누구보다 용산 기지의 반환을 기다려 왔다. 질문을 하기도 전에 줄줄이 땅에 얽힌 역사를 읊는 모습만 봐도 얼마나 애정이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새해 첫 달부터 찾은 공원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나머지 용산기지 반환이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성 구청장은 “엄청난 역사가 오랜 세월에 잠들어 있던 이 공간이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는 시점에서, 무한대로 공원 조성이 미뤄지니 답답할 따름 이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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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계속 반환을 미루고 있는 미군도 잘못 됐지만, 약속한 바를 얻어내지 못하는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앞서 미국과 기지 반환을 약속받고 경기도 평택에 대규모 미군 기지도 지어주지 않았냐”며 “왜 용산 기지 반환은 계속 미뤄지는지 알 수가 없다. 좀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서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아리랑택시’ 차고지를 언급했다. 2001년도에 용산구는 미8군 전용 택시회사가 사용해온 이태원동 부지 3000여평에 이르는 ‘아리랑택시’ 차고지를 반환 받았다. 아리랑택시 부지는 1967년 한미행정협정(SOFA) 협상에 따라 정부가 미군측에 공여한 국유지다. 현재 용산 구청이 있는 자리로, 땅은 미군이 사용해 온 공여지를 지방자치단체가 환수한 첫 사례였다. 성 구청장은 “중앙정부도 아닌 지방자치단체도 해낸만큼 정부도 제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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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용산공원은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돼야 된다는 입장이다. 용산구에 따르면 용산공원 부지에는 130여종의 등록문화재급 유물과 200여 년 된 느티나무 군락지, 만초천 등 옛 서울도심의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서울시가 이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공들여 온 이유기도 하다. 성 구청장은 “문화적으로 가치가 높고, 용산공원은 전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만큼 일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용산공원 내부에 아파트 8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 하다고 지적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공원 부지의 20%인 60만㎡에 1000% 용적률로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기존 용산구 전체 가구수가 11만 가구인 것에 비하면 80% 수준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로 지극히 열악한 ‘초과밀 현상’과 임대주택의 ‘질적 저하’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며 “많아도 5000~7000세대 정도 공급이 가능한데, 결국 용산 공원은 이들 입주자를 위한 공원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공원 내 주택 공급이라는 소모적 논쟁보다 더 시급한 건 저 땅을 고스란히, 그리고 빨리 우리 것으로 되찾아오는 것”이라며 “잔류 시설을 최소화시키고 오염된 땅을 정화하고 시민들과 더 많이 소통해서 공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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