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 팬젠이 치사율 20~30%에 이르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 개발에 출사표를 던졌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살인진드기’에 물리면 고열, 두통, 관절통, 장기부전을 앓다가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다. 2009년 중국의 시골지방에서 처음 발견돼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환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아직까지 마땅한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윤재승 팬젠 대표이사(사진)는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임상이 마무리 되는대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팬젠은 2001년 최초 설립된 이후 삼성정밀화학 바이오 사업부문과 기술인력을 인수해 2010년 재설립된 바이오시밀러 전문기업이다. 10년전만 해도 바이오의약품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생소한 분야였다. 하지만 윤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미생물학을 연구하며 바이오의약품이 의약품 시장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은 2019년 기준 매출액 상위 100위 의약품 품목의 53%를 차지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매년 10.1%씩 성장해 2026년 5050억달러(5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팬젠은 단백질 치료제 개발에 강점이 있다. 그동안 바이오의약품은 주로 항체치료제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만성신부전환자, 혈우병환자 등 만성질환 환자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단백질 치료제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팬젠은 일찌감치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現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또 2015년엔 산업부 주관 두뇌역량우수 전문기업으로 선정됐다. 급성 빈혈치료제 ‘팬포틴’ 개발 성공이라는 성과도 나왔다. 팬포틴은 3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오리지널 약품과의 동등성을 증명했고 자체 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시설을 통한 생산성도 담보했다.
윤 대표는 “2019년 다국적 임상을 포함한 전 개발과정을 자체적으로 완료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암젠 이프렉스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품목허가를 받았다”면서 “이 제품은 현재 한국과 말레이시아시장에서 판매되면서 눈에 띄게 매출이 증가하고 있고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5개국에 추가로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팬젠이 최근 중증혈소판감소증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것은 틈새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윤 대표는 “팬젠은 재조합 항체 생산에 대한 원천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약 1년의 짧은 기간동안 항체 생산 세포주 개발 및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개발을 완료한 후 비임상 시료 생산까지 완료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 전임상 시험을 통해 독성이 없음을 확인하면 자체 GMP 제조시설에서 빠르게 임상시료를 생산한 후 임상시험 진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제백신연구소(IVI), 차백신연구소와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순항 중이다. 그는 “팬젠이 보유한 단백질 생산기술과 차백신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면역증강 기술이 합쳐지면 좋은 백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백신 개발 착수가 다른 회사들 보다는 늦었지만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 있고 공신력 있는 연구소의 기술지원을 받을 예정이어서 신속한 제품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팬젠은 올해 10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흑자전환이 도래했다고도 했다. 파이프라인의 성공을 위해 다른 제약사들과 적극적으로 제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표는 “말레이시아 국영제약사 듀오파마는 빈혈치료제 개발을 위해 2014년 팬젠에 투자해 현재 8.5% 지분을 보유, 현재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서 “최근 휴온스의 투자도 팬젠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한 것으로 향후 파이프라인의 공동 개발과 임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