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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려는 중국인들에 대한 입국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장벽을 높이는 셈이다. 첨단 기술의 유출을 막아 미국의 경쟁력을 보호한다는 명목이지만, 오히려 중국의 고급인력을 놓쳐 미국 경제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부터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중국 인력에 대한 고용 승인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는 일주일 정도 걸렸던 고용승인이 지금은 6~8개월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
반도체나 일부 통신장비, 원자력, 군사기술 등 민감한 산업 분야의 미국 기업들은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외국 국적의 인력을 고용할 경우 일반 취업비자와 별개로 상무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들이 귀국할 때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외국 인력 채용을 기술 수출과 동일하게 간주해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와 공조해 면밀한 심사를 한다.
중국 인력에 대한 국경 장벽은 이들이 미국의 기술을 훔쳐간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비공개 만찬 자리에서 중국 유학생들은 간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WSJ는 중국 인력에 대한 높아진 국경 장벽이 인텔, 퀄컴, 글로벌파운드리 등 미국 내 주요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고용 승인이 지연되면서 우리는 중요한 인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인재에 대한 국경장벽이 결국 미국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 상부무는 내년 수출을 통제해야할 첨단기술을 재지정할 예정인데, 규제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WSJ는 인공지능(AI)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 1월 미국 상무부에 수출 통제를 하는 기술을 ‘국가 안보’에 직결된 기술로만 국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