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야당 뜻대로 안되는 손학규 정동영 정운찬 박영선

손학규측 “복귀 생각 없지만 야권통합 비대위원장은 고민”
정동영측 “더민주 복당 없다. 4월 총선서 전주 출마 유력”
정운찬, 안철수 의원 손짓에 심드렁… 정치참여 생각 안해
박영선, 대통합·새물결 묶어낼 방향 고민… 탈당 후 3지대
  • 등록 2016-01-11 오후 6:36:21

    수정 2016-01-11 오후 7:01:48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인재 영입을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두 당이 공을 들이는 인사들은 따로 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박영선 의원은 국민의당이 당대표로 영입하기 위해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악화된 호남 민심을 돌려세울 카드로 거론되면서 문재인 더민주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전북 순창을 찾아 복당을 요청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두 당으로부터 총선의 얼굴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있는 상황이다.

반응은 처지에 따라 제각각이다. 정 전 총리는 안철수 의원의 구애에 심드렁한 속내를 내비쳤다. 정 전 총리는 시사저널 최신호에서 “안 의원을 안 믿는다. 금방 깨질 것이다. 안 의원이 문자메시지로 ‘금요일(12월 18일)이나 토요일에 뵙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래서 내가 ‘난 아직 정치할 준비가 안 돼 있다. 지금 만나면 오해가 생기니 나중에 봅시다’고만 했다”며 안 의원과 당분간 함께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정치참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정 전 총리는 “요즘 정치를 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는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한지 5년 됐고, 동반성장연구소는 3년 반이나 됐다. 사람들이 ‘성과가 뭐냐’고 질문한다. 그러면 ‘시작이 반’이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정치에 진출하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다”고 밝혔다.

큰 상황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정 전 총리가 총선 때 정치 전면에 나설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선까지는 3개월 가량 남아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과 더민주의 구애 경쟁에 손을 잡을 수도 있다. 오로지 선택은 정 전 총리의 몫이다.

◇박영선 “문 대표·안 의원 지지자들에게 책임감 느껴야” =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재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정 전 장관의 선택지는 단순하다. 야권을 재편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며 더민주를 탈당한 정 전 장관이 다시 더민주로 돌아가는 것은 명분이 없다.

지난달 18일 문 대표를 만나 “마음은 형제”라면서도 “지금은 다른 길에 서 있다”고 한 정 전 장관이 갈수 있는 길은 신당 밖에는 없다. 선택지는 신당이지만, 신당이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어 당장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 전 장관과 가까운 전직 의원은 “상황을 관망하고 있으나 결국은 신당을 선택하지 않겠느냐”며 “총선서 출마한다면 자신의 예전 지역구인 전주 덕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고민이 깊다. 비슷한 고민을 해온 안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탈당한 데 이어 ‘박 남매’로 불렸던 박지원 의원마저 탈당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1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구차하게 여기저기 기웃기웃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고 그런다”며 탈당 후 제3지대에 머물겠다고 시사한 박지원 의원은 “서로 얘기는 나누지만 박영선 의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또 지역구 사정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광주 호남의 민심을 충분히 알고, 그러한 것들이 수도권으로 진입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것은 본인이 잘 결정할 것으로 믿는다”며 탈당 가능성을 열어놨다.

박 의원이 탈당을 결행한다고 해도 바로 국민의당으로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아니면 더민주에 남아 야권통합의 밀알 역할을 할수도 있다.

박 의원은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치개혁의 새물결에 헌신하느냐, 야권 대통합의 밀알이 되느냐의 지점에 깊은 고민이 있다. 대통합과 새물결,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묶어낼 방향은 없는지 지혜를 달라고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합과 새물결을 묶어낼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는 언급으로 미루어볼 때, 박 의원이 의외의 선택을 할수도 있다. 박지원 의원처럼 탈당해서 제3지대에 머물 수 있다.

박 의원은 “정치인은 국민의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현 야권상황에 대해) 문재인 대표도 안철수 의원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광주시민을 비롯한 지지자들에게 깊은 책임감 느껴야 한다”며 “두 분이 과거, 현재, 미래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문 대표와 안 의원에게 각을 세웠다. 박 의원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학규, 제3지대서 야권통합에 힘 보탤 수도 = 정계를 은퇴한 손 전 대표는 요즈음 상한가다. 더민주는 1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손 전 대표를 검토했다. 정계복귀 의사가 없는데, 당 상황이 어렵자 다시 손 전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국민의당도 연일 손 전 대표가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손 전 대표가 참여하면 안철수 사당화 논란을 불식할 수 있고, 합리적 개혁노선을 분명히 할수 있기 때문이다. 두 정당이 경쟁적으로 구애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손 전 대표측에게 직접적인 의사를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대표측은 “말만 무성하지 (양쪽에서) 접촉 같은 것은 없었다”며 “제안이 온다고 해도 (정계를 은퇴했던) 예전 입장 그대로”라고 전했다.

물론 복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총선서 야권이 참패해 박근혜정권이 독주하는 것은 손 전 대표도 바라지 않는다. 문 대표가 사퇴하고 야권통합과 총선승리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아달라고 하면 칩거중인 강진에서 나올 수 있다. 또 제3지대서 벌이는 야권통합 운동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

다른 측근은 “어느 한쪽을 도울 수는 없지만, 야권통합을 위한 비대위원장이라면 복귀를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문 대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대표직 사퇴가 아닌 2선 후퇴다.

손 전 대표는 총선 후면 몰라도 전에는 전남 강진에서 겨울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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