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전 세금 감면?..환류세 대상 아니다"(상보)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한전부지를 업무용 토지로 인정해주면서 현대차그룹이 최대 80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미 배당과 투자 확대 임금인상 등으로 올해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세금 감면 혜택에 대해 반박했다.

16일 정부가 내놓은 기업소득 환류세 세부적용안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한전 부지 신사옥의 판매·전시·컨벤션 시설 대부분이 투자로 인정된다. 이대로라면 현대차그룹은 약 8000억원의 세제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옛 한전 부지 인수에 따른 현대차의 세제 혜택은 사실상 없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배당·투자·임금인상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대상(과표)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란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 법인은 당기순이익(개별 기준)의 80%를 국내 배당이나 투자, 임금인상에 써야 하고 거기에 미달하면 미달액의 10%를 과세하는 제도다. 대기업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방안으로 올해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시행된다.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약 4조6000억원으로 올해도 이와 비슷하다고 했을 때 환류세제 과세대상은 3조6800억원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올해 8200억원 규모의 배당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한전 부지 인수금액을 뺀 투자액과 임금인상분이 4조원을 웃돈다. 이를 합한 금액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3조8000억원 이상으로 대상 과표 자체가 없어진다.

한전 부지 매입에 들어간 10조5500억원은 현대차(55%)와 기아차(000270)(20%) 현대모비스(012330)가 나누어 내는 만큼 현대차를 뺀 다른 계열사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국내 투자 비율은 계열사마다 대체로 비슷한 만큼 세금을 내야 할 과표 자체는 극히 미미할 전망이다.

현대차를 예로 들면 앞으로 3년 동안 순이익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 채 국내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과표는 11조원, 실제 세액은 1조1000억원(연간 약 3600억원)인데 통상적 투자액을 고려했을 때 향후 3년 국내 투자액은 과표액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올 1월 오는 2018년까지 총 81조원(연 20조2500억원, 한전부지 개발 표함)을 투자한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중 76%는 국내 투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해 배당과 투자계획 등을 감안하면 옛 한전부지 인수에 따른 투자에 관계없이 현대차가 기업소득환류세를 낼 필요가 없다”며 “일각에서 옛 한전 부지 인수에 따른 세금 경감효과가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것은 기업소득환류세 과표에 대한 오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