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탄소중립 모두 놓쳤다”…비판 불거진 9차전력계획

공청회 개최…정부 “석탄발전 폐지 대체제로 LNG 발전 필요해”
“원전, 지속가능 대안 아니야…탄소중립 구체적 방안 2년 뒤로”
  • 등록 2020-12-24 오후 5:42:40

    수정 2020-12-25 오전 10:04:37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정부가 원자력·석탄 발전 감축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내용을 골자로 한 9차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은 계획에서 제외했고 국내 발전량 가운데 70%가량을 차지하는 원전과 석탄 발전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현재 발전 비중에 6.5%를 차지하는 재생에너지를 점차 늘려 부족한 전력 수급을 메워나간다는 계획이다. 그 사이 재생에너지의 공백을 메울 ‘중간 계투’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불안한 전력수급문제와 LNG에서 발생할 온실가스를 해결할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며 사실상 전력 수급과 탄소중립 정책 모두를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LNG발전 늘린다는데’…온실가스 감축 내용 없어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공개했다. 계획 기간이 올해부터 2034년까지인 9차 전력계획안은 지난 5월 발표된 초안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정부는 오는 2034년까지 가동 연한 30년이 되는 석탄 발전 30기를 차례로 폐쇄한다. 이에 따라 현재 60기인 석탄 발전기는 5년 후 30기로 줄어든다.

폐쇄하는 석탄 발전기 30기 중 24기는 LNG 발전기로 전환한다. 신서천 1호기와 고성하이 1·2호기, 강릉안인 1·2호기, 삼척화력 1·2호기 등 현재 짓고 있는 석탄 발전기 7기는 계획대로 2030년까지 준공한다.

원전은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준공에 따라 2022년 26기로 정점을 찍은 뒤 노후 수명이 도래하는 11기를 폐쇄해 2034년 17기로 낮출 계획이다. 대신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올해 20.1GW에서 2034년 77.8GW로 4배가량 늘고, LNG 설비 역시 같은 기간 41.3GW에서 58.1GW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보조할 LNG 역시 온실가스 1GW당 254만톤을 배출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과 비교해 24.4%를 감소하겠다고 했지만 LNG 확대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방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윤요한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은 공청회에서 LNG 발전 확대가 탄소중립 실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전 대체전력 역할을 한다”며 “LNG발전도 온실가스를 배출하나 석탄발전을 폐지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대체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과장은 “당분간 LNG발전을 확대하되 CCUS(탄소 포집·저장 활용 기술), 그린수소터빈 등 혁신적 기술을 개발해 이를 통한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탈원전·탈석탄에만 정부가 목표를 두다 보니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전력 수급과 온실가스 배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비교 분석조차 없다”며 “공청회에서도 정부가 이런 부분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은 점이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후퇴는 없다”…탄소중립 방안은 2년 뒤로

정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탈원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 위원장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친환경적인 것은 맞지만 사용후 핵연료 문제 등이 존재해 근본적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원전이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 친환경적인 것은 맞다”며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 안전성, 주민수용성 문제가 존재해 근본적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과장도 “원전이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고려하면 지속가능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며 “에너지전환로드맵과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서 밝힌 바와 같이 원전은 앞으로 60년간 점진적으로 감축하기 때문에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나 계절 등에 따라 들쑥날쑥한 전력생산으로 간헐성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때문에 2034년 기준 신재생에너지의 최대 전력 시 공급기여도는 정격용량 78.8GW 중 10.8GW만 반영했다. 정부도 재생에너지 발전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도 원전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LNG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계수(g/kWh)는 549다. 석탄(991)의 절반 수준이지만 10에 불과한 원전의 55배에 달한다. 태양광도 이산화탄소 배출계수가 54에 이른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은 지난 2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를 미루고 계획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10차 계획에서 검토, 제시하겠다”고 했다. 10차 계획은 2년 뒤 수립한다. 또 탄소중립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중장기 전원믹스 역시 차기 계획에서 검토·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세부추진 방안을 당장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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