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지난 16일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된 영상 하나가 화제가 됐다. 영상은 초등학생 남·녀 주인공의 풋풋한 연애스토리를 담았다. 버스 안에서 과자를 나눠 먹으며 사랑을 키우던 두 남녀. 그러나 친구들의 짓궂은 놀림에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배신감을 느낀 여자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외친다. “너 왜 사람 헷갈리게 해! 왜 자꾸 필요한 시간에 딱 맞춰 나타나서 잘해주는데! 너가 무슨 티몬 슈퍼마트야!”
‘재미’ 잡았더니 서비스 입소문 ‘훨훨’유통업계가 웹드라마를 주목하고 있다. 웹드라마란 인터넷을 통해 방송하는 드라마다. ‘기승전결’ 서사구조를 갖췄지만, 영상길이는 2~3분 내외로 짧은 게 특징이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는 모바일기기를 활용해 빠른 시간 안에 영상을 시청하는 2030세대(20~30대)에게 소구하기 위해 웹드라마를 ‘바이럴 마케팅’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 티몬 슈퍼마트 웹드라마 ‘신선한 사랑’ 장면 중. (사진=유튜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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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이 만든 웹드라마 형식의 광고 ‘신선한 사랑’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초등학생 남·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참신한 설정도 이목을 끌었지만, 절절한 장면마다 절묘하게 섞인 슈퍼마트 광고가 웃음을 자아낸다. 슈퍼마트는 티몬이 2015년 5월에 론칭한 생필품 전문 채널로, 묶음 배송과 지정 시간 예약 배송 시스템을 앞세워 쇼핑 편의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티몬은 신선식품을 차기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신선함과 직결되는 ‘빠른 배송’을 알리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웹드라마가 입소문을 타면서 이 같은 고민을 덜게 됐다. 29일 기준 티몬의 ‘신선한 사랑’ 광고는 티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조회수 365만회, ‘좋아요’는 약 8만개를 기록했다. 댓글수는 약 3만7000개로 네티즌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냈다.
김현수 티몬 사업기획실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 기반의 미디어커머스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의 마케팅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며 “단순한 서비스 홍보의 틀을 벗어나, SNS 채널의 특징을 이용해 유머를 통한 공감과 설득의 가치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영상은 티몬 구성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웹드라마가 소위 ‘대박’을 터뜨리면 브랜드 인지도와 만족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게 PR업계 중론이다. 실제 ‘신선한 사랑’을 선뵌 지 일주일 뒤 티몬이 온라인쇼핑 이용객 500명을 대상으로 슈퍼마트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이 16%로, 타 온라인 채널의 평균(6.9%) 대비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 이마트 웹드라마 ‘나의 소중한 세계’ 장면 중. (사진=유튜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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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만 웹드라마로 재미를 본 것은 아니다. 이마트는 웹드라마 ‘나의 소중한 세계’를 지난 6일 공개했다. “수입 맥주 하나씩 사라”는 아내의 배려에, 철없는 남편이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수입 맥주를 모조리 들고 온다는 다소 황당한 반전이 시청자 웃음을 이끌어 냈다. 여기에 얇은 지갑 탓에 마음껏 장을 보기 어려운 영상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20~30대 부부에게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나의 소중한 세계’는 이마트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조회수 약 90만회, ‘좋아요’ 약 1.5만개, 댓글 4500개를 기록했다. 웹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이마트가 판매하는 수입맥주 종류가 400여 개에 이른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 셈이다.
‘STP’ 잡는 마케팅 기법 각광티몬은 신선식품 시장을 두고 11번가와 쿠팡, 위메프 등과 무한 경쟁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홈플러스와 치열한 ‘수입맥주 대전’을 펼치고 있다. 가격과 서비스 차별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이미 적자를 감내하는 출혈경쟁에 돌입한 상황인지라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와의 접점을 좁힐 수 있는 마케팅기법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유통사의 마케팅 담당 한 관계자는 “광고가 소비자에게 ‘소음’이 되지 않으려면, ‘S.T.P’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STP란 반전이 있는 스토리(story),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time), 선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힘(power)이다“이라며 “(이 세 가지를) 담기 좋은 도구가 웹드라마다. 특히 SNS에서 공유되기 위해서는 1초 만에 소비자 시선을 잡아끄는 광고보다는 스토리 텔링을 통해 몰입감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