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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31.3원)보다 19.1원 오른 1350.4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상승폭으론 2020년 3월 23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환율이 20원 급등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환율 급등은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이 달러 강세를 촉발시킨 영향이다. 파월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경제가 고통을 일으키는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달러인덱스는 29일(현지시간) 새벽 3시께 109.21선까지 올라 2002년 6월 19일(109.63) 이후 20년 2개월래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선 달러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방패막이 없는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0.75%포인트 금리 인상 의지를 밝혔지만 ECB의 긴축 의지는 경기침체 우려를 더 자극시켜 유로화 약세를 촉발하고 있다. 겨울철이 다가올수록 러시아의 유럽 가스관 ‘노드스트림1’ 중단 등 유럽 에너지난이 가시화되고 있다.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는 환율 상단이 어디라도 얘기하기 어렵지만 1400원까지는 열어둬야 한다”며 “10원 단위로 마디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현재의 환율 상승세를 되돌릴 만한 변수가 없다는 점이다. 환율이 연말까지도 1300원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권아민 연구원은 “12월 또는 내년 1월 환율이 1380원에서 고점을 찍을 것”이라며 “겨울철 유럽의 에너지난으로 유로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달러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중국 경기둔화에 우리나라 수출 등이 악화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연말에도 환율이 1300원 밑으로 빠지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8월까지 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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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에 이어 이 총재의 매파 발언이 더해지면서 이날 채권가격도 급락했다.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는 3년물 국고채 금리는 3.653%로 전 거래일 최종 호가(3.525%)보다 12.8bp(1bp=0.01%포인트) 올랐다. 2년물 금리는 14.8bp 오른 3.683%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2년물, 3년물은 3거래일째 역전세다.
연준의 긴축 기조와 시장 인식의 간격이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또 다시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다. 김예인 연구원은 “연준 통화정책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기조를 강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실업률이 급등하는 경기침체가 올 경우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연준과 시장 인식의 간격이 좁혀질 필요가 있는데 앞으로 발표될 (지표 등) 이벤트들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금리도 3년물 기준으로 연 고점을 경신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평가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과 한은의 공통적인 모습은 향후 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성급한 기대를 경계한다는 것”이라며 “국고 3년물 기준 연중 기록했던 고점 수준인 3.7%까지 상단을 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