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압수수색 몸싸움 있던 날 '페이스ID' 안 쓴 이유는?

'독직폭행' 정진웅 3차 공판서 당일 현장 영상 공개
한동훈 아이폰 '페이스ID' 비활성화 상태…암호 입력해야 사용 가능
"증거인멸 시도했다" 정진웅 주장과 상반돼
검찰 수사관 "신체적 접촉 실수라고 보기 어려워"
  • 등록 2021-04-05 오후 5:56:22

    수정 2021-04-05 오후 5:56:22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한동훈 검사장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주장과 배치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3차 공판에서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폭행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을 수사하던 정 차장검사는 작년 7월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사진=연합뉴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3차 공판에선 지난해 7월 29일 한 검사장 사무실 압수수색에 동행했던 검찰 수사관 박 모 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 주 신문이 끝나고 장 차장검사 측 변호인의 반대 신문 도중 변호인은 측은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제시했다. 영상에는 한 검사장과 장 차장검사와 물리적 접촉이 있은 뒤 한 검사장이 항의하는 상황이 담겨 있었다.

영상 속 한 검사장은 “이러한 절차 진행은 위법한다고 생각한다”며 촬영 중인 캠코더 앞으로 다가와 자신의 아이폰 화면을 보여준다. 화면엔 ‘아이폰이 재시동된 다음 암호를 입력해야 페이스ID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다. 실제로 아이폰은 전원을 껐다 킨 직후엔 지문인식이나 얼굴인식 기능이 비활성화된다. 한 차례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생체인식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영상은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해 저지하려했다는 기존 정 차장검사 측은 주장과 반대된다.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하며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모습을 보고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평소 한 검사장이 얼굴인식 기능인 페이스ID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화면을 터치하며 조작했다는 게 근거였다. 그러나 영상 속 휴대전화 상태대로라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는 페이스ID가 비활성화됐기 때문에 무조건 암호를 입력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같은 날 촬영된 또 다른 영상 속에서 한 검사장은 “제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도중이었다. 변호인에게 전화하겠다고 했고 허락했지 않느냐. 뇌피셜(추측)로 나를 잡고 넘어뜨린 건데 사과할 생각 없느냐”고 항의했다.

다만, 한 검사장은 평소에 페이스ID를 사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암호를 풀어달라는 수사팀 측의 요청에 “제가 지금 그런 거 협조할만한 상태가 아니다”며 거부했다.

이 영상들을 촬영한 또 다른 검찰 수사관 허 모 씨 역시 지난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의 행동 중 증거인멸을 의심할만한 부분이 있었느냐”는 검찰 측에 질문에 “없었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박씨 역시 “당시 모습에서 전화 통화 위한 통상적인 행동이 아닌 의심적인 행동이 있었냐”는 검찰 질문에 “그냥 전화하려나 보다 정도였다”며 증거인멸을 의심할만한 행동은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박씨는 또 당시 정 차장검사와 한 검사장 간 신체적 접촉이 어떤 경위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도 묘사했다.

박씨는 “처음 (정 차장검사가) 다가갈 때 ‘이러시면 안된다’면서 휴대전화를 잡으러 갔는데,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손을 피하니까 다시 정 차장검사가 잡으려고 앞으로 가다 보니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장) 위쪽으로 갔다”며 “그러다 두 사람이 소파 밑으로 떨어졌고 정 검사장이 한 검사장 위에 올라탄 상태가 한동안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아!’라고 두세 차례 비명을 질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수로 넘어진 것으로 보였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휴대전화를) 잡으려다가 앞으로 넘어진 거니 실수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정 차장검사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넘어뜨리고 몸 위에 올라타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독직폭행은 검찰 등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해 피의자를 폭행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혐의다.

이에 대해 정 차장검사는 지난 1차 공판에 출석해 “고의로 한 검사장을 폭행하기 위해 누르거나 올라탄 사실이 없다”며 “우연히 밀착된 것은 맞지만 휴대전화 확보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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