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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조세포탈, 국고손실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혐의가 10여개이며 영장청구 서류는 207쪽에 이른다고 했다.
문무일(57·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은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그간 수사경과와 구속영장 청구의 불가피성을 보고한 뒤 수사팀에 이를 지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개별 혐의내용 하나하나 만으로도 구속수사가 불가피하고 혐의 내용이 계좌내용이나 컴퓨터 파일 등 객관적 진술과 핵심 관계자들 다수의 진술로 충분히 소명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전 대통령이 기초사실도 부인하는 데다 이 전 대통령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있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증거인멸과 말맞추기가 계속돼온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의 최종 지시자이자 수혜자인 만큼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약 17억 5000만원)와 삼성의 다스 BBK 투자비용 반환소송 대납(약 60억),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인사청탁 등 로비자금(약 22억 5000만원), 대보그룹 등 민간부문 불법자금 등 총 1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자동차부풉회사 ‘다스’에서 비자금 조성 등 350억원대 횡령에 관여했다는 혐의가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다스 실소유주라고 적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소송에 외교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하고, 다스 1대 주주이자 처남인 고(故) 김재정씨 사망 이후 청와대가 상속세 납부방향을 검토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청와대 문건을 청계재단이 있는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에 불법적으로 반출한 혐의도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15일 검찰 조사에서 본인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다만 국정원에서 김희중(50) 전 부속실장을 통해 특활비 10만 달러(약 1억원)를 수수한 사실만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돈을 대북공작금으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만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과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의 민간인 불법사찰 입막음용 관봉 전달 의혹 등은 추가수사가 필요하다며 이번 영장청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수사팀은 이 전 대통령이 뇌물과 다스 경영비리 등 범죄사실이 무거운 데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영장청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총장은 수사팀을 포함한 검찰 내부와 외부의 의견을 함께 듣고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청구는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다. 검찰은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3월 21일 소환조사를 한 뒤 6일 후인 같은 달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금까지 노태우(86)·전두환(87)·박근혜 등 3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맡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에는 현재 박범석(45·26기)·이언학(51·27기)·허경호(43·27기) 등 3명의 부장판사가 영장전담 재판부를 구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