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수’ 된 北도발, 정치적 활용 경계해야

  • 등록 2017-03-07 오후 2:31:24

    수정 2017-03-07 오후 2:31:24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난 6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동북아 정세가 들끓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사드를 배치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을 이유로 부지를 제공한 롯데를 주심으로 한국에 대한 노골적인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태풍의 핵`에 놓인 한국도 대통령 탄핵정국의 한가운데에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집안싸움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북한의 도발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지난 한 해 전세계 비난을 무릅쓰고 25차례 미사일을 쐈다. 두 차례 핵실험도 강행했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전세계를 상대로 도발한 셈. 특히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김일성의 생일(4월15일)을 앞둔 도발은 연례행사처럼 됐다. 위험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북 도발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돼 버린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도 이전처럼 동요하지 않는다.

더 큰 변수는 오히려 각국 반응이다. 저마다 북한 도발을 그때마다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해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는 새삼 “새로운 단계의 위협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본내 우경화를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북한 억제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더 많은 (군사적) 역할과 책임을 하겠다며 군비 확충을 모색한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선으로 2021년까지 장기 집권하겠다는 큰 밑그림의 시작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을 불쏘시개 삼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무역전쟁의 대리전을 펼치려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이 올해와 내년 국방 예산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이 한반도까지 감시할 수 있는 중국판 사드를 이미 배치해 놓고 있음에도 또 러시아판 사드에는 아무 말 않으면서 이번 사드 배치에 대해서만 여론을 통해 반한감정을 부추기는 것 모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차분한 대응이다. 복잡한 국제 정세의 한가운데에서 우리 이익을 지켜나가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가장 효율적으로 우리의 최대 위협인 북한을 억제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상수가 돼 버린 북한 도발보다 오히려 정치적 이념에 따라 편을 갈라 덩달아 반중·반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우리의 현 정세가 불안하다. 한반도를 불쏘시개로 활용하려는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국권을 빼앗기고 분단의 아픔을 겪었던 우리 역사를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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