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넘보는 IT]②두뇌는 구글, 눈은 소니, 감성은 애플…車회사는 껍데기?

자동차 개발, 제조업→최첨단 IT
혁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 중 하나
각 기업별 강점을 살려 자동차 관련 기술 개발 중
  • 등록 2015-03-31 오후 4:41:55

    수정 2015-04-01 오전 11:02:45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구글이나 애플, 소니 같은 정보기술(IT) 업체가 자동차시장에 눈독 들이는 이유 미래 수익원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현대 사회의 필수 인프라로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되는 산업이다. 제대로 자리만 잡는다면 성장성 압박에 시달리는 IT업체의 고민을 한번에 털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진화 더딘 자동차 공룡…‘혁신 부재’ 빈틈을 파고들다

자동차업계의 혁신 부재도 IT의 진출을 부추겼다. 20세기부터 본격 생산된 자동차는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큰 틀에서는 바뀐 게 별로 없다. 사람이 기계를 조작해 차를 굴리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자동차도 일부 기술을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운전을 돕는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 자동차 운행이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돼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는데다, 자동차산업 자체가 대규모 인프라투자가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미 터를 닦은 업체끼리 경쟁 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혁신에 둔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T업체는 접근방식부터 다르다. 자동차를 일종의 컴퓨터 단말기로 인식한다. 컴퓨터가 운전하는 게 사람보다 낫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여기에는 눈부신 IT기술의 발전이 바탕이 됐다. 안전을 위해 자동차를 단순히 제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환경과 상황을 분석하고 교통 네트워크나 지도를 포함한 빅데이터 기술도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구글이 개발 중인 무인차에 장착된 ‘라이더(LiDAR)는 레이저 반사광을 이용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고 주변 환경을 지도로 만드는 것은 물론 표지판이나 신호등도 스스로 파악해 주행할 수 있다. 구글은 이를 5년 내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IT업체가 낡은 방식을 고집하는 자동차업계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휴대전화나 TV를 포함한 우리 생활의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첨단 기술을 받아들였다. 자동차분야만 거의 변화가 없다”고 꼬집었다.

무인차 기술의 분화…구글-머리, 소니-눈, 애플-인포테인먼트

IT 기업이 자동차에 뛰어들었다고 해서 모두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하면서도 자동차와 시너지를 낼 분야를 골라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구글은 자동차의 ‘머리(뇌)’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 시장을 장악한 대표적 기업이라는 특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구축한 방대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수준의 자동차 운영체계(OS)를 구축 중이다. 이미 방대한 고해상도 데이터를 3D지도로 조합해 10cm 이내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구글의 OS는 마치 운전자가 머리 속에 저장된 기억이나 경험을 통해 도로나 주변 상황을 파악하며 운전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무인전기차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 애플은 아직 자동차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애플이 오는 2020년께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란 추측만 나오고 있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둔 애플이 시동을 건만큼 조만간 베일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현재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플레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카플레이는 자동차와 아이폰을 연결해 음악, 지도, 전화 기능 등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가정에서 많이 쓰는 스마트홈 시스템과 비슷하다. 운전자에게 감성적 휴식기능을 제공하면서도 애플 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을 우선 선택한 셈이다. ‘아이팟’과 ‘아이폰’을 통해 이용자들이 원하는 곳을 먼저 알아채고 긁어준 애플답다는 평가다.

카메라용 이미지센서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소니는 자동차의 ‘눈’인 이미지센서를 노리고 있다. 소니는 최근 1억엔을 로봇벤처기업 ZMP에 투자했다. 소니의 이미지 센서 기술과 ZMP의 로봇 제작 기술을 합쳐 무인 자동차 이미지센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 자동차의 심장이 될 가능성이 큰 전기배터리는 삼성SDS, LG화학, 파나소닉이 주무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콘셉트카 F015 내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센서로 지형지물을 파악해 운전하는 자율주행기능이 특징이다.


자동차 기업도 반격 시작

IT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자동차업계도 본격 대응에 나섰다. 자칫 자동차 껍데기만 만드는 IT 기업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의 변화는 지난 1일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2015 CES’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BMW, 다임러 메르세데스 벤츠를 포함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대거 무인 자동차를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공개한 자동 주행 콘셉트카 ‘F 015’는 차체에 설치된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으로 차선과 앞차를 인식하거나 위성항법장치(GPS)로 위치정보를 받아 주행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차량이 이동 수단이 아니라 ‘거주 공간’으로서의 가능성까지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우디는 고성능 R8 e-트론 순수 전기 스포츠카를 선보였다. 오토파일럿(자동조정장치) 모드를 켠 채 독일 호켄하임 포뮬러원 레이스트랙을 시속 200 km 이상으로 주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독일 자동차 기업 BMW는 지난 29일 중국 인터넷업체바이두와 함께 중국에서 무인차 자율주행기술을 실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BMW의 무인자동차 기술은 ‘전자 부조종사’ 개념으로 ‘단순 반복임무’를 차량이 반자동으로 수행하도록 했다. 또 도요타는 스마트카 전담 부서를 꾸리는 한편 혼다와 함께 무인차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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