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온라인 음식 배달 플랫폼 저스트이트테이크어웨이(JET)가 눈물을 머금고 매각한 자회사 그럽허브의 매각가 변천사다. 인수할 당시엔 9조원이었던 회사가 불과 3년 만에 9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미국에서 도어대시, 우버이츠 등의 음식 배달 플랫폼과 어깨를 나란히 견줬던 음식 배달 기업이 헐값에 매각된다. 엔데믹으로 온라인 주문보다는 외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수익을 내지 못했고, 경쟁사와의 출혈경쟁으로 손실 폭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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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9조원에 매각됐던 그럽허브의 인수가가 1조원도 안되는 금액으로 내려온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럽허브의 인수·합병(M&A) 역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04년 설립된 그럽허브는 미국 전역에 걸쳐 음식 배달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지난 2014년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말 코로나로 온라인 음식 배달량이 급증하면서 도어대시, 우버이츠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고, 기업가치도 대폭 올랐다.
하지만 호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팬데믹 국면이 끝나면서 외식하는 소비자가 늘었고, 음식 배달 플랫폼들의 실적은 처참히 꺾이기 시작했다. 특히 도어대시, 우버이츠보다 경영 상황이 좋지 못했던 그럽허브는 결국 지난 2021년 미국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미국 시장점유율 20%에 달하는 음식 배달 플랫폼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곳간에 여유가 있는 기업들은 너도나도 그럽허브를 검토했고, 승차 공유 1위 기업이자 우버이츠로 성장 궤도를 달리던 ‘우버’와 유럽 음식 배달 공룡 ‘JET’가 최종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우버는 당시 시장점유율 1위인 도어대시를 누르고 경쟁력을 가져가기 위해 해당 인수에 공을 들였고,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지만 미국 시장은 아직이었던 JET는 그럽허브를 미국 진출 발판으로 보고 인수전에 참여했다.
하지만 JET의 생각과 달리 그럽허브는 손실 폭만 늘려갔다. 경쟁사들이 고객 유인을 위해 마케팅에 과도한 비용을 들이는 등 출혈경쟁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손실을 내더라도 성장만 한다면 오케이’였던 글로벌 자본시장이 음식 배달 업체를 보는 시선도 바뀌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으로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이 있는 곳에 투자를 하겠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일부는 푸드테크 기업 투자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미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지난해 글로벌 VC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직전년도 대비 81% 감소한 90억달러(약 12조 5000억원)다. JET가 눈물을 머금고 손절을 할 수밖에 없던 배경이다.
한편 이번 그럽허브 M&A 거래는 내년 1분기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원더그룹은 그럽허브 인수가 완료되면 식료품 배달 슈퍼앱을 준비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회사 측은 “그럽허브는 그간 새로운 식당이 수많은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브릿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그럽허브의 이러한 경험을 원더그룹의 비전과 결합해 식품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