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간 252조 7145억원 추가차입…국채금리 급등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9bp(1bp=0.01%포인트) 상승해 4.44%로 마감했다. 한때 2년물 국채 금리 역시 20bp 상승해 5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금리가 올라가면 채권가격은 하락한다.
앞서 영국 노동당 정부는 30일 총선 이후 발표한 첫 예산안에서 5년간 공공지출을 연간 700억파운드(124조 5776억원) 늘릴 계획이며 이를 위해 이번 회계연도에 2970억파운드(527조 5432억원)의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채권 발행규모로, 향후 5년간 약 1420억파운드(252조 7145억원)의 추가 차입이 있을 전망이다.
예산책임청(OBR)은 이를 “최근 수십년간 가장 큰 재정 완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OBR은 정부가 증세 방안으로 제시한 비거주자제도혜택 폐지와 이자수입, 연금재산에 대한 상속세 등이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날 사립학교를 대표하는 단체는 사립학교 수업료에 20%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려는 정부 계획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영국 비정부기관인 재정연구소(IFS)는 막대한 재정지출에도 공공 서비스를 복원하기 위한 예산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IFS는 공공서비스 분야의 실질적인 예산 삭감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90억파운드가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폴 존슨 IFC 이사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공공영역에 크리스마스를 가져와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나는 일상적인 공공서비스 지출이 내년 이후 더 빨리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커져…주가·통화가치 하락
정부의 재정정책 확대가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영국 정부는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한편, 기업이 근로자 급여에 대해 국민보험(NI) 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급여 기준을 낮추고 부담금도 급여액의 15%로 1.2%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OBR은 이같은 정책이 향후 2년간 인플레이션을 0.4%포인트 상승시키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봤다. 스왑시장도 이러한 전망을 반영한 상태이다. 예산안 발표 이전까지 영란은행이 내년 말까지 4~5차례 금리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25bp씩 3~4차례 인하로 바꼈다.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영란은행(BOE)의 목표치인 2% 이하로 둔화됐지만,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4.9%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파운드 환율은 0.8% 상승한 1.286달러로 파운드화 가치가 2개월만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는 파운드에 대해 0.75% 상승해 1유로당 84.39펜스에 거래됐다.
리즈 트러스의 악몽 재현은 아냐
영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했지만, 시장은 2022년 9월의 패닉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당시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세수 부족에 대한 대안 없이 감세 정책을 내놓으면서 영국 국채금리는 4.64%까지 솟구치고 파운드화는 1달러=1파운드까지 하락했다.
반면 이날 있었던 30년물 그린본드 발행에서 입찰 수요는 발행 예정 금액의 3.15배에 달했다. 영국 10년물 국채 선물 계약 수 역시 이번 주 거의 변화가 없었다.
FT경제해설가인 크리스 자일스는 금융시장이 반응한 이유는 지난 7월 재무장관이 발표했던 계획보다 공공차입 증가분이 다소 컸기 때문이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이번 재정정책이 금융정책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이라고 봤다.
영국 정부의 계획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정부는 기업과 부유층을 중심으로 증세를 추진했지만, 이같은 증세가 오히려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켜 저소득층에게 타격을 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의 이번 증세가 기업과 부유층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지속가능’하며 영국의 적자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