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경기 기흥캠퍼스에서 제9차 임금교섭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 대표로 김형로 부사장과 전대호 상무 등 3명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측에선 손우목 위원장, 허창수·이현국 부위원장 등 5명이 각각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 협상은 8시간 넘게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이어진 뒤 오후 5시30분쯤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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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섭 재개는 협상 타결 실마리와 파업 장기화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으로 여겨졌다. 지난 8일 1차 총파업 이후 무려 보름 만에 처음 이뤄진 대화로 기대를 모았다.
노사는 그동안 입장차를 보여 왔던 기본임금 인상률에서 이날 또다시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전 조합원에 대한 평균 임금 인상률 5.6%(기본임금 인상률 3.5%+성과 인상률 2.1%)를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성과금(OPI·TAI)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평균 임금 인상률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를 건드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총파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대다수다. 총파업을 통해 삼성전자의 대외신인도에 타격을 주면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더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반도체 비즈니스는 안정적인 공급이 핵심 경쟁력인데, 총파업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비롯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고객사들의 신뢰를 잃는 계기가 작용할 수 있다.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이 무노조 경영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한 고위인사는 “세계 주요국들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로 여기며 주도권 잡기에 혈안인데,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며 “이 와중에 파업을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해 행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