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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유럽이 혼돈에 빠졌다. 코로나19 확산 충격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옮겨가면서다. ‘유럽의 우한’ 오명을 뒤집어쓴 이탈리아는 누적 사망자가 어느새 1000명을 넘어섰다. 유럽 각국은 “최악의 위기”라며 각종 행사를 취소하고 국경을 통제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伊 사망자 어느새 1000명 넘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이탈리아 전역의 누적 확진자 수는 1만5113명을 기록했다. 하루새 무려 2651명 급증했다. 하루 기준 최대 증가 폭이다. 이틀 연속 2000명대 증가세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조금씩 진정 기미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태는 악화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의 누적 사망자는 1016명이다.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나온 이후 처음 1000명을 넘었다.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확진자 수와 비교한 누적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사율은 6.72%까지 올랐다.
이탈리아는 전국에 사상 초유의 ‘이동제한령’을 내린 상태다. 식품점과 약국 등을 제외한 모든 업소는 문을 닫았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부의 이같은 행정명령을 어겨 적발된 이는 2162명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전역이 전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날 이탈리아 증시의 MIB 지수가 전거래일 대비 16.92% 폭락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정도 낙폭은 1998년 MIB 지수가 생긴 이래 최대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16일부터 전국의 탁아소와 초·중·고·대학교를 대상으로 무기한 휴교령을 내렸다. 또 병원들이 코로나19 감염자, 그 중에서도 취약층인 노인을 위해 병상을 우선 배정하도록 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코로나19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모든 노력에도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점점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코로나19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을 보호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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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코로나19 공식 대응 단계를 1단계 ‘억제’에서 2단계 ‘지연’으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 기침과 고열 등의 증상이 이어지는 이는 누구나 최소 7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 확산 국가에 다녀오거나 코로나19 확진자가 접촉한 이가 증상이 있을 때만 자가 격리했다. 영국 정부는 아울러 학생들의 해외 수학여행과 노인들의 크루즈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최악의 보건 위기”라고 우려했다.
영국 주요 대학들은 선제적으로 화상 수업에 나섰다. 런던정경대(LSE), 킹스칼리지 런던 등이다. LSE는 23일까지 예정된 남은 학기의 모든 학부생·대학원생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케임브리지대 의대는 예정했던 임상 시험을 중단하기로 했다.
유럽 남부의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현재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968명까지 급증했다. 스페인은 이탈리아처럼 관광이 주요 산업인 나라다. 이 때문에 실물경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많다. 스페인은 바르셀로나의 주요 명소인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을 13일부터 당분간 폐쇄하기로 했다. 성당 증축 공사도 멈추기로 했다.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 역시 문을 닫는다. 다른 주요 박물관들도 일제히 멈춰 섰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위스의 일부 주는 코로나19로 인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스위스 남부의 티치노주는 역내 일부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영화관, 스키 리조트 등도 문을 닫았다. 티치노주는 이탈리아어를 주요 사용할 정도로 이탈리아와 연관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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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행금지에 항공사 직격탄
유럽에 위치한 국제기구들은 행사를 속속 취소하기 시작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13일부터 제43차 회기의 남은 모든 회의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는 직원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예정된 회의를 연기했다.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 때문에 해당 직원이 일했던 사무실을 폐쇄 조치했다.
또다른 악재도 있다. 미국 입국 금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유럽 국가에 대해 미국 여행을 30일간 막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저가 항공사인 노르웨지안항공은 이날 잠정적으로 직원 절반을 감축했다. 동시에 장거리와 단거리 노선을 각각 40%, 25% 중단했다. 노르웨지안항공은 미국 여러 도시를 취항하며 급성장한 회사다.
미국 항공사인 델타 항공은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유럽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항로 일부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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