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원전 갈등'..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해법이다

서른살 넘은 캐나다원전 재가동에 '지역 주민 80% 찬성'
美 발전소 주민 65% '원전 옹호'..61%는 '원전 안전' 답해
  • 등록 2015-02-11 오후 4:30:16

    수정 2015-02-11 오후 9:59:34

▲포인트 레프로 원전의 내부 모습


[토론토·세인트존(캐나다), 워싱턴·뉴욕(미국)=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기자는 지난 1일부터 8일간 미국과 캐나다의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하고, 원자력 분야의 주요 관계자들과 연쇄 인터뷰를 가졌다. 비행기를 다섯번 갈아타는 8일간의 고된 출장에서 하나 깨우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소통의 가치’였다.

캐나다 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포인트 레프로 원자력 발전소는 월성 1호기와 동일한 ‘캔두(Candu) 6형’ 원자로를 사용하는 원전이다. 서른 살이 훌쩍 넘은 낡은 원전이지만, 핵심 부품을 교체하는 재정비 작업을 끝낸 뒤 무리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30년이 넘은 이 낡은 원전의 가동에 주민들의 반발이 없었다는 점이다. 포인트 레프로 원전 주변에는 반경 20㎞ 내에 50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는 웨인 폴락 씨(지역소방관 총책임자)는 “지역 대표들이 한달에 한번씩 포인트 레프로 원전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한다”며 “주민 대부분이 원전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소 인근에서 지역노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실비아 험프리스 씨도 “원전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사실 그대로 제공해주고, 주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발전소 측에 따르면 원전에 가까울수록 주민들의 수용성은 더 높다고 한다. 보다 가까운데서 정보를 접하고 교육의 기회도 많다보니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포인트 레프로 발전소에서 소통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캐슬린 씨는 “포인프 레프로 원전 재가동에 일부 반핵 단체가 시위를 했지만. 지역 주민의 80%가 재가동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국원자력에너지협회(NEI)가 발전소 주변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원전을 옹호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1%는 원전이 매우 안전한 에너지원이라고 대답했다. 현재 미국은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총 104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28기의 원전은 40년 이상 운영된 ‘노후 원전’이다.

크리스토퍼 크레인 NEI 의장은 “발전소 주변에 교육기관을 만들어서 원전의 장점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고, 누구나 발전소 투어를 할 수 있게 했다”면서 “당초 반대입장이었던 환경론자들도 이제는 원전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레이시 메이슨 NEI 상무는 “설문조사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낮게 본 지역 주민들에 대해선 더 자주 만나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미국과 캐나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에서 빚어지는 ‘원전 갈등’의 원인을 떠올렸다. 결국 원전 주민들이 갖게 된 불안감의 배경은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소통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폐쇄적·보수적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한수원의 조직 문화는 ‘원전 마피아’로 불리면서 발전소 주변 주민들과의 단절을 불러왔다. 게다가 부실 부품 사용으로 가동 중단사태를 초래하고 납품 비리를 저지르는가 하면 원전 도면 등 내부 자료가 유출되면서 원전 불안감의 ‘싹’을 키웠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승인 심사를 앞둔 월성 1호기의 ‘기술적 안전성’과 ‘경제성’을 전면에 내세워 재가동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 주변 주민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 지 모르겠다. 정작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숫자로 보여지는 안전성과 경제적 이득이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에 대한 ‘경청’일 수 있는 데도 말이다.

미국원자력학회장을 역임한 게일 마커스 박사는 “한번 잃어버린 신뢰는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한국 정부는 경제성을 이유로 원전 재가동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원전이 얼마나 안전한 지를 설명하면서 천천히 한걸음씩 주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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