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떨어? 떳떳하면 가만히"...화장실 갔다가 성범죄자로 낙인?

  • 등록 2024-06-26 오후 11:33:58

    수정 2024-06-26 오후 11:49:5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군대를 갓 전역한 20대 남성 A씨가 아파트 헬스장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성범죄자로 몰려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누구도 억울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화성동탄경찰서 홈페이지
A씨는 지난 25일 유튜브를 통해 23일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그 다음 날인 24일 화성동탄경찰서의 수사관들이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경찰이 “피해자 B씨가 여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들어와서 엿봤다는 내용으로 신고를 했다”며 “CCTV 확인해보니까 본인(A씨)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가 “일단 지금 제 입장을 말씀…”이라며 설명하려고 하자, A씨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연락처를 확보한 뒤 “연락할 테니까 (조사) 시간을 조율하자”라고만 말하고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당시 녹음한 경찰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에 따르면 A씨의 나이를 물은 경찰은 “휴학하자마자 군대 갔다 온 거야? 천천히 해도 돼. 뭘 떨어?”라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사건번호 확인을 위해 부모와 함께 경찰서를 찾았는데, 이때 경찰로부터 “떳떳하면 그냥 가만히 계시라”는 말도 들었다고도 했다.

A씨는 경찰에 확인한 결과 자신이 강제추행 피의자로 입건된 사실을 확인했다.

A씨 측은 “경찰이 혐의의 근거로 확인했다는 CCTV 방향은 화장실 입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건물 현관 쪽을 향하고 있어, 해당 영상에는 자신과 B씨가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모습만 확인될 뿐 남녀 중 어느 화장실로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불안감을 호소한 A씨는 변호사를 통해 “경찰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A씨 측은 “경찰은 피해 여성 B씨 초기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했고, A씨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를 다그치듯 말하고 피혐의사실에 대한 제대로 된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입건 및 추후 출석할 것을 요구하는 등 실질적으로 성범죄자로 취급했다”고 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화성동탄경찰서 자유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쏟아졌다.

그러자 화성동탄경찰서는 이날 홈페이지에 여성청소년과장 명의의 입장문을 올렸다.

경찰서는 “최근 여성 신고자로부터 불상의 남성이 여자화장실 용변 칸에 들어와 여성을 훔쳐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경찰은 신고 처리 절차대로 신고자와 피신고자를 만나 진술을 청취했고 현장 주변 CCTV를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사건과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누구도 억울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신고 처리 과정에서 경찰관의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는지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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