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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테크 규제 추진력 상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내 ‘빅테크 규제’에 기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민주당과 백악관 주도로 추진되던 빅테크 규제 법안은 작년 말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미국판 ‘유럽 디지털시장법(DMA)’이라 불렸던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 법률(AICO)’ 등 5개 중 4개가 폐기된 것이다.
법안이 막힌 건 규제 대상이 불명확하고, 빅테크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산업의 성장에 의도치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론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주된 관심사가 자국 플랫폼 규제에서 대중 무역 규제로 옮겨간 영향도 있다. 미 상원에서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규제에도 ‘자국 중심주의’가 적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를 하자는 목소리가 컸지만, 막상 지나고 보니 성과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지지와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도 “챗GPT가 나오면서 (검색 시장에서) 영원할 것 같았던 구글도 위험해지고 있다”면서 “규제 명분, 동력이 사라진 측면이 크다”고 했다.
“경쟁력 약화 우려”…사회적 책임 강화 필요
반면, 국내는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가 더 강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입법에 실패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재추진되고 있는 데다, 최근엔 여당을 중심으로 네이버 등이 플랫폼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정부의 플랫폼 자율 기조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비켜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는 “다만,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공정한 거래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교하지 못한 정책은 글로벌 경쟁력 약화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국내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니 당연히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국내 사정에 맞고 해외 플랫폼의 영향을 고려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의 AI 알고리즘 투명성과 관련해선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포털 뉴스 기사 배열·노출 기준을 검증하는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를 법적 기구로 설치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또 포털이 자율적으로 운영 중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치·구성 요건 등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다음 달까지 포털뉴스협의체를 구성해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안을 마련하고, 3분기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