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같은 ‘거야 강행-대통령 거부권’ 시나리오가 10여차례 반복될 수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만 키운다는 우려가 나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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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이날 본회의 시작 전까지 양곡관리법 개정안 상정 여부를 두고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 또한 여야의 대립 갈등 격화를 우려해 상정을 두고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농가소득 보장법이자 정부에게는 과도한 재정부담을 덜어주는 ‘나라살림 효자’ 민생 법안이라며 끝까지 상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결국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했다.
의원 20명 이상의 연서에 의한 동의로 본회의 의결이 있을 경우, 의사일정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을 할 수 있다는 국회법 77조를 활용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 외면, 독주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서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면서 민생 법안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사라질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 지점을 노리고 정략적 설계를 한 것”이라며 “민생을 앞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회 역시 이번 양곡법 폐기로 입법권 무력화란 오명을 쓰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에서 만든 법을 대통령이 번번이 퇴짜 놓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국회의 권위를 누가 인정하겠냐”며 “국회 스스로 자신들의 무력화시킨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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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야당 강행-대통령 거부권’ 시나리오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간호법 제정안을 필두로 의료법, 방송법,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서도 같은 수순이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낮은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10~12일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문제 있다’ 51%, ‘문제 없다’ 38%로 조사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간호법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간호법의 경우 여당이 중재안을 내놓은 만큼 여야 합의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 김진표 의장 역시 이같은 취지로 “여야 간 추가적인 논의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간호법은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하겠다”고 결정했다.
대통령실 역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신중한 모습이다.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협의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간호법은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거부권에 대한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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