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미국은 이번 법안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서 원료와 부품에 대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산 물자 우선 구매)’를 대폭 강화하면서 중국의 원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은 ‘소재 탈(脫)중국화’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번 IRA 법안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 대응, 의료 보장 확대를 위해 4400억 달러 규모의 정책 집행과 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 감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0%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3750억달러를 투입한다. 특히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신차에 보조금 지원을 확대했지만, 동시에 ‘바이 아메리칸’도 동시에 강화했다. 미국에서 생산(최종조립)된 전기차와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를 단 차량에 한해 구매보조금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북미에 생산 시설을 갖춘 국내 배터리 기업은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GM과의 합작공장 3곳, 스텔란티스와의 캐나다 합작공장 1곳 등 북미에서만 4곳의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미국 미시간주의 단독공장을 증설하고 있고 애리조나주에서는 신규 단독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북미에서만 확보되는 생산능력은 200GWh(기가와트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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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사는 이번 IRA 법안 발효를 계기로 중국과 유럽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큰 북미 배터리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동시에 CATL과 BYD(비야디) 등 중국 배터리 경쟁사들을 견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해당 법안에서 원료·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낮춘 만큼 2024년 전까지 중국 외 원자재 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3년부터 배터리 핵심광물의 40%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생산된 것으로 쓰도록 해야 한다. 또 2024년부터는 배터리 부품의 50%도 북미 생산품이어야 한다.
현재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은 높다.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주요 원재료 제련의 70%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국내 업계는 수산화리튬 81%, 산화코발트 87%, 황산망간 99%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도 9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도 이번 법 통과로 호재가 예상된다. 해당 법에는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업체 등에 600억 달러(약 79조원) 규모의 세액공제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태양광 모듈 공급 1위인 한화솔루션이 많게는 조 단위 세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미국에 1.7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 5월에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해 1.4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완공시 미국 내 단일 사업자로서는 최대인 3.1GW의 모듈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미국에 공장이 있는 태양광업체는 모듈 기준으로 우리가 유일하고, 또 미국 현지 업체와 비교해도 규모가 가장 크다”며 “이번 법 통과를 계기로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