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20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GC녹십자(006280) 본사에서 헌터라제 개발을 주도한 이규현 GC녹십자 ‘프로젝트 앤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roject&Portfolio Management) 팀장(이학박사)을 만나 녹십자 자체 기술로 개발한 헌터라제의 중국 시장 진출 의미와 계획 등을 들었다. 이 팀장은 “현재 중국 내 헌터증후군 환자는 3000여명으로 예상되지만, 정식 승인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헌터라제 중국 승인을 통해 중국 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환경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헌터라제는 IDS라는 체내 내 특정 효소 결핍으로 골격 이상과 지능 저하 등이 나타나는 선천성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헌터증후군은 10만~15만명 중 1명 비율로 발생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15세 이전에 사망할 만큼 예후가 좋지 않은 질병이다. GC녹십자는 지난 9월 초 중국 내에서 최초로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헌터라제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곧 현지 회사 캔브리지(CANBridge Pharmaceuticals)를 통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08년 국내에서 개발에 착수해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를 받아 헌터라제를 출시했다. 헌터라제는 2006년 출시된 일본 다케다제약의 ‘엘라프라제’에 이은 세계에서 두번째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GC녹십자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의 한 축인 희귀의약품의 대표선수이기도 하다. 이 팀장은 과거 헌터라제 개발을 주도했고 현재는 헌터라제뿐만 아니라 모든 GC녹십자 파이프라인의 전체적인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다.
헌터라제에 주목하는 점은 이 약이 희귀의약품이라는 점이다. 희귀의약품은 희귀 · 난치성 질환을 고치는 약으로 의약품 시장 측면에서는 질환의 특성상 높은 진입장벽으로 선도자가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이익을 누리는 시장으로 본다.
이 팀장은 “희귀질환은 후발주자가 들어오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임상 자체가 어려워 통상 희귀질환 하나당 한 개의 치료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희귀질환은 환자수 자체가 적다. 또한 이미 치료제가 있는 경우 기존에 복용하던 약을 끊고 새롭게 개발 중인 약을 투여하는 위험을 무릅쓰려는 환자가 적어 임상을 위한 환자 모집 자체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헌터라제는 일본 진출도 임박한 상황이다. GC녹십자는 뇌실 투여 방식의 ‘헌터라제 ICV’를 지난 3월 파트너사인 ‘클리니젠(Clinigen)’를 통해 일본 식약처(PM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헌터라제는 혈관에 맞는 정맥주사형이 기본이다. 하지만 정맥주사형은 약물이 뇌혈관장벽(BBB)을 투과하지 못해 헌터증후군이 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지적발달 장애 등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헌터라제 ICV는 머리에 기기(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 한계를 극복한 제품이다. 이 팀장은 “이르면 올해 연말에는 헌터라제 ICV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경쟁약인 엘라프라제에는 ICV형이 없어 뇌실투여 헌터증후군 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라고 했다. 헌터라제 ICV형이 치료 대상으로 삼는 중증 헌터증후군 환자는 전체 환자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