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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우려는 획일성이다. 338개 공공기관의 업무 성격이 판이한 데 이를 일괄적으로 분석·평가해 임금을 결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년 전인 2016년 성과연봉제를 일괄 도입했으나 각 공공기관의 특성을 무시했다는 노조 반발에 부딪혔다. 현재는 노사 합의가 된 일부 기관을 빼고는 모두 호봉제로 돌아갔다.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관에 따라 사정이 다르고 업무도 1년 안에 생겼다 없어지는 유동적 일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직무 평가가 불가능하다.
이번 개편이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인 박근혜 정부의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공공부문 노조는 정부가 성과급제 도입 좌절 이후 이와 비슷한 임금체계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호봉제는 이미 직무급 요소를 담은 혼합 형태이므로 연공급이 지나쳐 생산성을 맞추지 못한다면 현 제도에 직무급 요소를 강화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호봉제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은 추진하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관 특성에 맞출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시간적 여유도 충분히 갖자는 것이다. 정한규 한국능률협회컨설팅 공공컨설팅본부장은 “저성장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인 호봉제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는 만큼 궁극적으론 직무급제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결정은 기관 자율에 맡기되 국민들이나 감사가 나서 기관 노사의 판단을 정확히 지적해 준다면 예상할 수 있는 부작용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호봉제 유지가 불가피한 기관·직무라면 직급별 상한제를 두는 식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호봉제는 고령화에 맞지 않는 제도인 만큼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