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2일 지난해 휴가 관련 갑질 제보 229건 가운데 96건(41.9%)이 ‘연차휴가 제한’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법에 보장된 연차휴가를 전부 주지 않는 식의 ‘위법한 연차휴가 부여’(43건·18.8%)와 ‘연차수당 미지급’(30건·13.1%)도 뒤를 이었다.
제보자 A씨는 직장갑질119에 “연차를 쓰는 데 상사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한다”며 “연차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하니 ‘어느 직장에서 연차를 다 쓰냐’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제보자 B씨는 “상사가 연차를 승인했다가 ‘내일 내 기분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번복하더니 결국 반려했다”며 “왜 연차를 쓸 수 없느냐고 묻자 ‘안마를 해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B씨는 상사와 다투고 싶지 않아 안마를 해줬는데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짜증을 냈다고 덧붙였다.
“휴가 적립해 장기휴가?”…현실은 연차도 못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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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 규모별로 연차를 다 쓰지 못한 이유도 달랐다. 5인~9인 소규모 사업체는 업무량 과다와 대체인력 부족이 45.8% 연차를 다 쓰지 못했다. 반면 대기업 근로자가 연차를 다 쓰지 못한 이유는 미활용 연차휴가에 대한 금전적 보상(30.8%) 때문이었다. 즉 연차를 소진하지 않은 대기업 근로자 3명 중 1명은 연차휴가를 돈으로 보상받기 위해 쓰지 않은 것이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7일부터 14일까지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30.1%가 ‘법정 유급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가산수당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필요할 때 일하고 일한 만큼 충분히 자유롭게 쉰다’는 문화 형성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제도는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현금뿐만 아니라 미래의 휴가(저축휴가)로도 가능토록 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