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안보 위기...해병대로 간 홍준표

  • 등록 2017-09-06 오후 5:41:59

    수정 2017-09-06 오후 5:53:46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6일 오후 김포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부대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을 이유로 국회 일정을 거부한 한국당의 태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안보위기가 커지자 보이콧 이유에 ‘문 정부의 대북정책 반대’를 끼워넣었다. 김 사장이 서울지방노동청에 출석한 뒤에는 국회에서 의원총회와 토론회를 연이어 진행하고 있다. 6일에는 해병대 2사단을 방문했다. 급박해진 한반도 상황에서 보수정당의 보루인 안보를 포기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당이 방문한 해병대 2사단은 수도권 서해 최전방에 있다. 한강 하구인 김포와 강화가 주 작전지역이다. 북한과의 직선거리가 불과 2.3km 밖에 되지 않는 곳도 있다. 지난 8월에는 이 지역으로 북한주민 1명이 귀순했다. 한강 하구를 따라 철조망을 치고, 24시간 경계를 설 정도로 긴장감이 팽팽한 곳이다. 북한이 포격도발을 했던 연평도도 멀지 않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북한 정권을 성토할 것”이라며 해병대 2사단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군부대 방문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군에 다녀와본 사람이면 안다. 높은 사람이 오면 정상적인 작전을 수행하기 어렵다. 폐쇄적인 군대 조직에서 ‘높은 분’의 인사권과 예산권은 막강하다. 특히 국회의원은 별을 단 장군들과 비교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군 책임자인 국방부장관을 국회에 불러 들었다 놨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전보다 의전에 더 신경쓰이는건 당연하다. 군 관계자는 “격려도 좋지만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최전선을 방문하는 것은 오히려 작전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기간 강원도 강릉 산불현장에 가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가면 현장 정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당시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후보가 유세를 중단하고 현장에 달려간 것과 대조되는 행보여서 주목 받았다. 진보진영에서도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조치에 대해서도 “무역은 먹고 사는 문제지만 북핵은 죽고사는 문제”라고 강조해 보수진영의 박수를 받았다.

한국당이 안보문제에서 진정성을 보이려면 이날 군부대 방문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죽고사는 문제’인지 ‘대한민국이 죽고사는 문제’인지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안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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