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완성차 제조사인 현대차가 반도체까지 내재화 역량을 넓혀,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을 고도화한다. 현대차는 전환을 위한 검증용 차량에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탑재해 SDV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원가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SDV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 28일 열린 현대차 2024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송창현 AVP본부장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유튜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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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현대차(005380)에 따르면 오는 2026년 하반기 출시할 SDV 페이스카(기술 검증을 위해 소량 생산하는 차량)에 자체 설계한 인공지능(AI) 추론 칩이 장착될 전망이다.
송창현 현대차 AVP(첨단차량플랫폼)본부장 사장은 전날 열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현대차 내부에 반도체 설계 팀이 따로 있고 자체적으로 설계 중”이라며 “파트너 등과 반도체 자체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목표는 중앙 집중형 통합 제어기를 적용한 ‘풀스택(Full Stack)’ SDV다. 현대차는 관련 기술을 2026년 하반기까지 개발해 페이스카를 만들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자체 개발 추론칩의 경우 자율주행 및 차량의 소프트웨어 역량 전반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따라서 현대차는 2026년에는 200TOPs(초당 1조번 연산) 수준의 연산 능력을 갖춘 반도체를 만들고 이를 2년 마다 고도화해 2030년에는 800TOPs 수준으로 성능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적용하면 차량이 데이터를 모아, 스스로 인지·판단·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현재 SDV 주요 기능을 구현하는 데 쓰이는 엔비디아 ‘드라이브 오린(DRIVE Orin)’이 254TOPS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웬만한 반도체 기업만큼 설계 역량을 갖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현대차가 2024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를 통해 밝힌 SDV 전개 계획.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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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V 전환기를 맞아 반도체 역량을 내재화한 대표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제어기를 비롯해 자율주행을 위한 AI 추론, 네트워크 등 다양한 차량용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조달하고 있다. 자사 차량에 알맞은 형태로 만들 수 있는 데다, TSMC 등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물량 부족에 시달릴 일도 없다.
현대차 역시 SDV 시대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재화 범위를 대폭 늘렸다는 설명이다. 차량 제조 패러다임이 SDV로 완전히 넘어갔을 때,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신사업을 펼치려면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부품의 내재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를 내재화하면 필요한 기술을 발 빠르게 확보하는 동시에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송 사장 역시 “제어기의 경우 비용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반도체 역량이) 계속 진화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흥수 글로벌 전략 오피스(GSO) 본부장 부사장은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차량 개발에 적용하는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단순히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것에서 많은 것을 내재화하고 개발 체계까지 바꾸는 도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내부적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