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신뢰 저하…“중국 경제 회복 모멘텀 사라져간다”

반짝했던 경제지표 다시 주춤…디플레이션 우려도
“경제 영향력 기댄 중국 강경 외교도 변화 불가피”
美 가는 시진핑, 성과 필요…추가 부양책도 요구돼
  • 등록 2023-11-14 오후 4:52:20

    수정 2023-11-14 오후 4:52:20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중국의 경제 회복 모멘텀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경제지표가 다시 주춤하고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을 떠나가고 있다. 그동안 고성장을 일궈오며 위력을 떨치던 시기에는 중국의 강력한 외교 정책이 먹혀들었지만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경제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달라진 경제 흐름에 맞춰 중국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이유다.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이 광군제 행사와 관련한 게시물을 보고 있다. (사진=AFP)


국경절·광군제도 힘 못써…못 살아나는 내수

중국에서는 이달 11일까지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가 진행됐다. 중국 내부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판매가 급증했다며 홍보했지만 성장세는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시간) 노무라홀딩스의 데이터를 인용해 “광군제 기간 매출 가치는 지난해보다 2.1% 증가해 전년 증가율(14%)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은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까지 있었지만 기대 만큼 내수 활성화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10월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대비 6.2% 증가하겠지만 월간 판매량을 연간으로 환산한 연율 기준으로는 0.5% 줄어든 수준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중국의 경제지표는 이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자지수(PMI)는 49.5로 경기 위축 국면임을 나타냈고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0.2% 하락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부진한 중국 내수 시장은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전날 중국 인민은행 발표에서도 10월 신규 대출 규모는 7384억위안(약 134조원)으로 전월(2조3100억위안)보다 크게 감소했다. 소비가 위축되니 대출을 받을 필요도 없어지는 셈이다.

중국 경제가 탄력을 잃으니 해외 투자자들도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 증시는 외국인 이탈로 크게 하락했다. 올해 3분기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18억달러(약 15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해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중국 장쑤성 난징항에 화물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사진=AFP)


막대한 영향력 나타내던 중국, 저성장 단계로

중국이 서서히 저성장 단계로 진입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캇 케네디 선임고문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경제적 성공이 지속되고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오늘날 중국에게 막대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부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인식의 붕괴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목했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10%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던 중국은 사회주의 경제의 성과를 입증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와 대척점에 섰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 뿐 아니라 대만·남중국해에 대한 군사 위협이나 일대일로 정책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 첨단산업 전략적 투자 등도 이러한 힘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SCMP는 “중국은 반복적으로 쇠퇴했다가 다시 회복했으며 중국 경제가 즉각 절벽에서 떨어진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도 “신뢰는 시장과 지정학의 핵심이며 중국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국가 영향력이나 투자자 행동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영국 브랜드 평가 업체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Global Soft Power Index)에서 중국은 올해 일본에 밀린 5위로 전년보다 한계단 하락했다. 미국은 1위 자리를 지켰다. 해당 지수는 무력 없이 국제 관계를 형성하는 국가의 능력 측정 지표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강경한 외교 정책과 영향력 과시가 오히려 소프트파워 약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국면 전환 필요한 시진핑, 6년여만 미국으로

강력한 경제 성장을 권력의 원천으로 삼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국면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15일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관심을 받는 이유다. 시 주석이 미국을 찾는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글로벌 경제학 교수 야셩 황은 SCMP에 “시 주석이 이번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날 의지를 언급하면서 베이징이 향후 덜 대립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같은 국제 현안 뿐 아니라 양국간 군사대화 재개, 공정 무역·경제 등 다양한 안건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이 회담을 통해 어떠한 성과를 가져가는지 여부가 앞으로 중국 경제에도 큰 효과로 작용한다는 전망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일부 통화정책 완화와 1조위안(약 182조원) 규모 국채 발행 계획 발표 등 경기 부양 조치를 내놨지만 여전히 시장 반응은 싸늘한 상황이다.

중국의 경기 부양 노력을 가늠할 이벤트는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와 지급준비율(RRR) 결정 등이 있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중국은 보다 지속가능한 회복을 보장하기 위해 부동산 부문을 구제하고 지방정부 부채를 청산하기 위해 더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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