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준치를 초과한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며 현재도 운행 중인 폭스바겐 차량 12만 5500여대에 대한 별도의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강제 운행 중단이나 리콜승인 지연에 따른 환불 등은 법적인 근거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게 환경부측 설명이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미국서는 인정
환경부는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폭스바겐 측에 리콜계획서 보완을 요구했다. 그러나 폭스바겐 측이 리콜계획서에서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사실을 시인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끝내 리콜계획을 승인하지 않고 반려했다. 아직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리콜계획을 승인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예견된 조치다.
환경부 관계자는 “폭스바겐 측이 불법조작을 시인하지 않으면 향후 소비자 보상 등에 있어 법적 제약이 많다”며 “폭스바겐이 미국에서는 임의설정을 인정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폭스바겐 측이 리콜계획을 완비해 제출하기 전까지는 환경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검찰 고발 외에는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는 환불규정이 없어 이를 강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환경부는 이번 리콜 반려가 사법당국이 폭스바겐의 불법조작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임의설정 시인’ 즉 조작인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측이 공문에 임의설정 시인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은 향후 벌어질 법리공방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500명 폭스바겐 전 회장 고소
폭스바겐측의 미온적인 대처에 뿔난 소비자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무법인 바른은 폭스바겐와 아우디 국내 소비자 500명을 대신해 마틴 빈터콘 전 폭스바겐 그룹 회장, 엔진개발총책임자 볼프강 하츠 등 12명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
이들은 “폭스바겐그룹은 미국에서는 이미 피해자들에게 차량 환불과 추가적으로 꽤 많은 금액의 손해배상을 합의했다”며 “하지만 한국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계획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차량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형사고소를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른은 폭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허용기준에 맞게 차량을 제조해야 한다는 법규를 위반한 것은 한국과 미국에서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미국이 한국보다 배출가스 허용기준이 더 엄격하다는 이유로 한국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부vs 한국닛산 배출가스 조작여부 두고 공방
환경부는 이날 닛산 캐시카이에 대해서도 배기가스 저감장치에 대한 불법조작을 이유로 이미 판매된 차량 824대 인증취소, 리콜명령, 신차 판매정지, 과징금 3억 4000만원 부과 등 행정처분을 실시한다. 또 제작차 배출허용기준과 제작차 인증 위반 혐의로 한국닛산과 키쿠치 타케히코 한국닛산 사장, 닛산 본사 파워트레인 책임자인 히라이 토시히로 상무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작차 배출허용기준 위반과 제작차 인증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그러나 한국닛산 측은 불법조작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모그룹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국제소송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닛산은 “한국에서 판매 된 캐시카이는 유로 6 배기가스 인증 기준을 통과한 차량이며, 작년에는 한국 정부의 배기가스 인증 기준을 통과하여 적법하게 수입, 판매됐다”며 “현재 환경부의 발표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으며 가능한 조치들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