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오남용 우려가 커지자 전문가 단체인 대한비만학회가 약물 오남용을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과 관련 정부기관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비만학회는 23일 “비만에 매우 효과적인 항비만약물 중 하나로 알려진 GLP-1 계열 치료제인 위고비가 출시된 데 환영하지만, 출시되자마자 미용 목적으로 유통·거래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오남용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관련 기관의 대처를 호소했다.
학회는 “위고비는 비만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약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라며 “치료 대상자는 체질량지수(BMI) 기준으로 명확히 정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와 같은 인크레틴 기반 약물의 오남용을 줄이고 국민이 안전하게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의사들과 국민에게도 이 약물의 적응증을 지켜서 치료 대상자인 비만 환자만이 사용하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위고비를 무분별하게 사용 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의사의 지도와 모니터링 하에 사용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학회는 “위고비는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지만 오심, 구토, 변비, 설사, 복부 팽만감이나 흡인성 폐렴, 췌장염 등 다양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며 “비만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사용 시 치료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앞서 국내에 출시된 비만치료제들이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온라인에서 불법 유통된 적이 있다”면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불법 유통을 철저히 단속하고 부작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인터넷으로 위고비를 불법 판매자와 의원실 간 메신저 대화 내용(사진=장종태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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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회에서도 위고비의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3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위고비 출시 이후 온라인 불법 판매 광고를 비롯해 정상체중임에도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비대면 처방 받아 남용한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근본적엔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은 비대면 진료를 이용, 손쉽게 GLP-1 계열 치료제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 의원은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다이어트 약물을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고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현 비대면 진료 시스템은 불법적인 부분에 취약한 상황”이라며 “복지부와 식약처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위고비는 인크레틴 기반의 항비만약물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에 작용하는 비만치료제다. 위장 운동 속도를 느리게 하면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함으로써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낸다. 치료 대상군(적응증)은 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을 동반한 과체중 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