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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업대출 연체가 전체 연체율 상승을 견인했다. 8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보다 0.06%포인트 올라 0.47%를 기록했다. 대기업(0.13%)은 전월(0.12%)과 비슷했으나, 중소법인(0.59%)이 0.08%포인트, 개인사업자(0.50%)는 0.05%포인트 올랐다.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년 전인 2022년 8월 말만 해도 각각 0.38%, 0.20%였다. 1년 만에 둘 다 곱절 가량 뛴 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은행 대출채권에서 발생한 신규 연체금액은 1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12조6000억원)를 이미 뛰어넘었다. 2021년(11조5000억원)과 2020년(14조5000억원)보다도 많다. 1~8월 기준으론 2016년(16조6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실제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이 예년보다 모두 부진한 가운데 대출 이자만큼도 수익을 못 내는 이른바 ‘좀비기업’은 10곳 중 4곳으로 집계됐다. 이날 한국은행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91만20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좀비기업’ 비중은 42.3%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2020년 40.9%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21년에는 40.5%로 소폭 낮아졌지만, 금리 상승 영향으로 지난해 다시 최대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을 여러 곳에서 빌리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한은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통계를 보면, 올해 3월 말 여러 곳에서 대출한 ‘다중채무’ 비율이 1.42%2022년 6월 말(0.75%)보다 두배 뛰었다.
금융당국은 다만 현재까지 국내은행 연체율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과거 장기평균 대비 안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8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0.43%로 코로나 팬데믹 전 과거 10년(2010~2019년)간 월평균 연체율(0.78%)보다 절반 가까이 낮다.
금감원은 고금리 지속,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라 연체율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손충당금 적립 정합성을 높이고 적극적인 연체·부실채권 정리 등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지표는 아직은 양호한 편이나,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의 중소기업과 가계여신, 비은행업권 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자영업자 대출 부실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