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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 씨는 해당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기 한 달 전 롯데호텔에서 박 전 원장과 두 차례 만남을 가졌고, 박 전 원장과 만나기 전날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자료 110여 건을 다운로드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 캠프는 박 전 원장과 조 씨가 고발 사주 의혹에 관한 언론 제보를 사전에 모의했다며 지난해 9월 고발장을 제출했고 공수처는 그 다음달 사건을 정식 입건했다.
하지만 ‘고발 사주’와 ‘제보 사주’ 두 사건을 대하는 공수처의 태도는 달랐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연루된 고발 사주 사건은 고발장 접수 나흘 만에 입건하고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특히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에 대해 3차례나 신병 확보를 시도하고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직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혐의 입증에 공을 들였다.
결과적으로 공수처는 제보 사주 의혹 수사를 진행한 8개월 동안 박 전 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 없이 한 차례 서면 조사만으로 “피의자들이 협의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법조계는 공수처가 이 사건 수사 성과로 정치적 편향 논란을 불식시키고 수사력을 입증할 기회로 삼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부실·편향 수사만 했다며 비판하고 있다.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는 “공수처는 그동안 여러 사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실 논란을 빚었고 이번 제보 사주 수사도 비슷한 평가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공수처 폐지론은 갑작스럽게 형성된 여론이 아니라 국민적 불신이 누적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수처 제도에 대해 국민의 회의가 있다고 한다면 폐지를 추진하겠다”며 조건부 폐지론을 거론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공수처가 다른 수사 기관 간 갈등을 유발한다면 개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공수처 권한 축소를 암시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로 윤석열 정부 초반에 공수처 폐지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수처법 개정은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공수처를 검찰 개혁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으며 검찰 권력 견제 역할을 강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