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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박근혜 정부 4년차에 우리나라 국민(법인 포함)의 세부담을 의미하는 조세부담률이 올해 역대 최고치에 육박할 전망이다. ‘증세 없는 복지’ 도그마에 빠져 직접세율 조정은 없었지만, 비과세·감면 축소하면서 세부담을 꾸준히 끌어 올린 덕분이다.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27일 ‘2016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추경예산편성 때 기준으로 조세부담률이 18.9%를 예상했지만, 올해 국세 초과 세수가 8조~9조이고 지방세도 더 들어올 것을 보면 올해 조세부담률은 19.4~19.5% 이상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세부담률은 경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세와 지방세 합에 대한 비율이다. 조세부담률 19.5%는 국민과 법인이 100만원을 벌었다면 19만5000원은 세금으로 나갔다는 의미다.
조세부담률은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때 법인세 인하 등 대대적인 감세 영향으로 2013년 17.9%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점차적으로 상향 곡선을 그리다 올해 최고치에 육박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3년간 가장 세수가 많이 늘어난 부분은 소득세와 개별소비세다. 소득세가 늘어난 것은 2013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세제개편안의 영향이 기본적으로 작용했다. 금융·부동산 등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보다는 각종 세제혜택을 줄이면서 맞벌이 부부 등 중산층 이상의 근로자의 세부담이 늘어난 효과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호황에 따른 양도소득세가 늘어난 덕분이다. 실제 소득세는 2013년 48조3833만원에서 2015년 62조4397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개별소비세는 담뱃세 인상 영향으로 2013년 5조4842억원에서 2015년 8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법인세는 2013년 43조8548억원에서 2014년 42조6503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비과세·감면 축소 영향이 미치면서 45조294억원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연평균 증가율로 환산하면 박근혜정부 초기부터 3년간 소득세는 13.6%가 오르고, 개별소비세는 20.8%가 오른 반면, 법인세는 1.3% 증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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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올해 조세부담률이 1년 만에 1%포인트나 ‘껑충’ 뛰어오른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경기는 안 좋다는 데 나라 곳간은 ‘풍년’이었던 셈이다.
2016년 납세 세부 정보는 2017년에 공개되는 터라 정확한 세부담 변화는 알 수 없다. 다만 월간재정동향을 보면 전년대비 늘어난 세수를 통해 간접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1~10월 소득세는 55조4000억원으로 6조8000원이 전년 같은기간보다 더 늘어났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꾸준히 늘면서 양도소득세가 크게 걷힌 덕분이다. 부가세도 60조2000억원으로 6조8000억원이 더 늘어났다. 정책 효과 등에 힘입어 소비가 당초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데다 수출 부진으로 환급부가세액이 감소한 것이 영향을 줬다. 올해의 경우엔 법인세가 7조8000억원 더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직접적인 세율 조정은 없었지만, 지난해 법인의 영업실적 개선 및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실효세율이 올라간 덕분이다. 작년 상반기 상장법인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1년 전보다 18.7% 늘었다.
다만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비하면 여전히 낮아 갈길이 멀다. 2014년 기준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26.1%로 우리나라는 거의 꼴찌 수준이다. 다만 내년 세법개정으로 고소득자의 세부담은 증가할 전망이지만,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안하면 조세부담률은 꾸준히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전 한국세무학회장)은 “근로소득세는 상당부분 걷고 있는데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조세부담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본소득 과세를 늘리는 등 다른 세수를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