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뇌에도 영향 준다고?···전문가들이 본 이유는

환경 유해 인자 흡입으로 뇌 인지 기능 등 저하
뇌순환계시스템 영향주고, 직·간접적 신경세포 영향
대기오염으로 심화···건강 영향 플랫폼 구축 등 필요
  • 등록 2024-01-23 오후 7:05:40

    수정 2024-01-23 오후 7:05:4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미세먼지처럼 생활 속에서 흡입하는 환경유해인자가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뇌신경도 직간접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의학, 독성학 전문가들은 국내외에서 과학적 근거들이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 유해인자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 뇌인지 기능 저하를 조절하는 기술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 환경성 뇌질환 연구 심포지엄’ 참석자들의 단체사진.(사진=안전성평가연구소)
23일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플라자에서 열린 ‘국제 환경성 뇌질환 연구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은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전성평가연구소와 한국뇌연구원이 주최한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아직 대규모 병리학적 임상연구로 진행되지 못했지만,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환경인자가 직간접적으로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는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호흡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폐나 뇌혈관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우리몸이 독성물질 방어에 실패하면서 혈뇌장벽 기능 저하, 신경세포 보호 저하로 질환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신동천 연세대 의대 교수는 “미세먼지 속 납, 망간 같은 중금속이 후각세포나 기도를 통해 폐나 뇌까지 이동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자폐나 치매, 파킨슨병이 심화하고 있다고 미국, 캐나다, 핀란드 등 국제 연구진들이 역학적 통계나 논문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뇌혈관은 좁아서 유해인자가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염증이 생기거나 혈관 수축 과정에서 유해인자가 파고 들 가능성이 학계에 제기된다. 뇌졸중처럼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신경 세포 자체가 손실되지는 않지만 신경 축삭(신경 세포 세포체에서 뻗어나온 가지)에 지속적인 손상을 유도해 장기적으로 신경세포 손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뇌혈관병리전문가인 김도근 뇌연구원 박사는 “미세먼지 노출은 뇌혈관 장벽의 손상과 신경 세포 소실을 유발한다”며 “기도, 후각 등 미세먼지 노출 방식에 따라 병리 양상은 달라지지만, 뇌연구원 연구진 연구 결과 신경 수초(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절연물질)의 지속적인 손상으로 장기적으로 신경세포까지 손상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뇌신경, 뇌혈관 병리 전문가인 록사나 카래리 영국 사우스햄턴대 의대 학장은 “퇴행성 뇌질환에 걸린 생쥐 비교 실험 결과, 뇌혈관과 뇌 사이 공간에 있는 뇌순환계시스템에 대기오염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환경유해인자가 점점 인류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환경유해인자 흡입독성 연구기술과 뇌신경병리기술 등을 합쳐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뇌연구원과 안전성평가연은 공동 연구센터를 설립해 환경성 뇌질환 연구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정은주 안전성평가연 소장은 “고령화 가속으로 퇴행성 뇌질환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환경유해인자 인체 노출 일상화로 상관관계 규명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뇌연구원과 안전성평가연이 비임상 합동연구를 통해 뇌질환 연구 실마리를 찾고, 인체 건강 유해인자 종합 연구 플랫폼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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