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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해 10월 고성능 반도체와 이를 제조하기 위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안을 발표했다. 경제적·군사적 패권 확보에 필수적인 첨단 반도체 기술을 중국이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매뉴얼 대사는 “반도체는 세계 경제 체제뿐 아니라 경제 내 모든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수출 규제 취지를 설명했다.
미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국제 공조 체제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국과 네덜란드를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와 전 세계에서 유일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 ASML이 대중 제재에 동참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이매뉴얼 대사가 이날 “규제 협의는 양자 협의는 아닐 것”이라며 “반드시 다자간 협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이기도 하다.
왕이 전 중국 외교부장(현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지난달 박진 외교부 장관과 화상으로 회담하며 반도체 규제 등을 언급하며 “미국은 국제 규칙의 건설자가 아닌 파괴자임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수출 규제에 동참시키려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