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에 발목 잡힌 野…대선 정국 요동

권익위 조사 결과, 국민의힘 의원 12명 투기 의혹
징계 수위 따라 차기 대선 구도에 영향 미칠 듯
민주당 수위 인용할 경구 당내 대선캠프 타격
對與 강경투쟁 노선 원동력 약화도 우려
  • 등록 2021-08-23 오후 6:15:50

    수정 2021-08-23 오후 8:35:17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국민의힘 의원 중 12명이 부동산 투기 의혹 대상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이들을 향한 징계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례가 있는 만큼 국민의힘도 비슷한 수준 이상의 징계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대선에서 ‘부동산 이슈’가 핵심인 상황에서 여야 모두 소속 의원이 부동산 투기에 연루됨에 따라 차기 대선구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논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 12명 ‘부동산 투기’ 의혹

국민권익위원회는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국민의힘 의원 12명과 열린민주당 의원 1명이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본인과 그 가족의 법령 위반 의혹 소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 수사 대상은 민주당 전수조사 때처럼 공개하지 않고 각 정당에 전달했다.

국민의힘 의원과 관련해 확인한 의혹은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1건) △편법 증여 등 세금탈루 의혹(2건) △토지보상법·건축법·공공주택특별법 등 위반 의혹(4건) △농지법 위반 의혹(6건) 등이다. 열린민주당 의원과 관련한 확인한 의혹은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 1건이다. 정의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소속 국회의원과 가족에서는 법 위반 의혹 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6월19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1명과 직계 존비속 가족 326명 등 총 427명에 대한 부동산 거래 전수 조사를 착수했다. 정의당·열린민주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등 국회 비교섭단체 5개 정당 의원,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그 가족 등 80명에 대한 내역을 더해 총 507명의 부동산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범위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공소시효 기간 7년 내의 부동산 거래 내역과 현재 보유 내역이 포함됐다. 앞서 진행한 더불어민주당 조사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조사 과정에서 투기나 위법이 의심되는 사례는 현지 실태 조사를 병행하고, 금융거래내역 제출 및 소명을 요청했다.

이날 권익위 발표로 총 290명 의원에 대한 부동산 거래 조사결과가 마무리됐다. 다만 탈북 외교관 출신으로 법령상 미공개 대상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조사를 받지 않은 의원은 9명이다. 민주당 출신으로 현재는 무소속인 박병석 국회의장과 조사 당시 무소속이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무소속인 김홍걸·박덕흠·손언석·양정숙·이상직·이용호 ·전봉민 의원 등이다.

차기 대선 구도 요동치나

권익위 발표에 따라 여야 대선구도의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6월 부동산 투기 의혹자에 고강도 징계를 내리면서 부담을 털고 갔다. ‘부동산 투기는 엄단’이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선을 200일도 남기지 않은 채 조사결과가 나와 ‘부동산 리스크’에 빠졌다. 이준석 대표가 그동안 엄벌을 주장해왔지만 징계 수위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최소한 민주당 정도의 징계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징계 수위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의 압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發) 부동산 투기 의혹 때문이었다. 즉, 부동산 투기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이에 대한 반발 여론에 힘입어 압승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고강도 징계 이후다. 우선 당내 대선주자들의 캠프가 비상에 걸린다. 현역의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다수의 의원들이 각 대선 후보 캠프에 포진해 있다. 이런 탓에 의혹을 받은 의원들의 캠프 사퇴 러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범야권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캠프에는 현역의원 10여명이 포진해 있어 사퇴 러시가 현실화 될 경우 전력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무죄’를 주장하며 캠프에 남는 경우다. 민주당의 경우에도 지도부의 ‘탈당 권유’에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며 징계를 거부한 바 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의혹 당사자가 대선캠프에 남으면 후보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며 “그럴 경우에는 캠프에서 쫓아내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여(對與) 강경투쟁 노선의 약화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사학법 등 쟁점법안 강행 방침에 권한쟁의심판 등의 투쟁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강도 징계로 인한 전력 이탈은 대여투쟁의 원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이 대표와 대선후보들 간 잦은 갈등에 내부 결속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터진 권익위 결과 발표는 최악의 악재인 셈이다.

박 교수는 “이 대표가 과거 약속한 것처럼 최소한 민주당처럼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도 “소속 의원들이 징계 결과에 따라줄지다. 이 두 가지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지 안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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