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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만해 선생의 유택 심우장은 장마가 길어지던 지난해 8월 마당 전체가 물에 잠겨 곤욕을 치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배수로가 막히면서 물이 빠지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침수 이후 계속된 보수 요구에도 서울시·성북구청 등 지자체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배수로가 1년 전 그대로 방치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우장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한용운 선생이 지은 집으로 남향을 선호하는 한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북향이다.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 보게 돼 그쪽을 등지고 반대편 산비탈의 북향터를 선택한 것으로 유명하다.
심우장은 지난 2019년 4월 8일 사적 제550호로 승격됐고, 지난 4월에는 ‘서울시 이달의 문화재’로 선정되기도 한 중요 문화재다. 코로나19 이전엔 하루 평균 수백명이, 이후에는 30~40명씩 찾았다. 하지만 침수 사고 발생 1년 가까이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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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동사무소에서 양수기를 빌려서 마당의 물을 빼는 등 응급처치를 했다”며 “배수로 교체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며 아직 고장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외 환경에 조성된 문화재는 장마철에 손상을 입기 쉬워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젬마 경남대 문화유산복원예술학과 교수는 “홍수나 집중호우를 대비해 물이 빠져나가는 배수로를 미리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강풍에 폐자재 등이 날아가 2차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니 담장이나 성벽에 균열·파손이 있는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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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옆집의 축대 붕괴사고에 지붕과 벽이 무너져 가족과 함께 두 달 동안 게스트하우스에 살았다는 대학생 김모씨는 “(사고 당시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며 “작년 말쯤 보수공사가 끝났지만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며 불안함을 내비쳤다.
축대가 붕괴돼 하루 아침에 집을 잃은 백모(58)씨도 “성북동에는 오래된 집들이 많아서 항상 두려움을 안고 산다”며 “구청이나 지자체 관계자들이 살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병윤 동의대 건축학과 교수는 “축대 빈틈으로 빗물이 들어가면 균열이 커지면서 집이 무너질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주변에 빈집이 많더라도 지자체에서 자주 현장을 점검하고 위험 지역은 주민의 접근을 차단시키는 게 사고를 대비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